트럼프·젠슨 황, 한국 초대 응답할까 [정상외교100일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APEC에 참석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난 2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러시아 접촉 상황을 묻자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답한 내용입니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상황에 따라 참석 여부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지만, 러시아는 '외교적 결례'라며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입니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킨 뒤 푸틴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염두에 둔 답변으로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양국의 정상이 만나는 건 외교의 꽃이라고 불리지만, 이처럼 초청 과정에서 물밑으로는 다양한 신경전이 펼쳐지곤 합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외교부는 곧장 새 대통령 명의로 APEC 회원국에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정상회의 초청장을 보낼 예정입니다. 성공적인 행사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참석 여부입니다. 미국 외교 라인들은 참석 가능성을 높이 평가합니다. 조셉 윤 주한 미국 대사대리는 지난 3월 세종연구소 포럼에서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트럼프 대통령이 꼭 (한국에)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참모진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상 임박해 스스로 참석을 확정할 때까지 정해진 건 없는 상황입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참석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집니다. 중국이 내년도 APEC 의장국이라는 점과 최근 한국과 중국 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2014년 이후 10여 년 만의 한국 방문이 유력시됩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모두 참석한다면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중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릴 가능성도 있어 전 세계의 눈과 귀가 경주로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언론에서 꾸준히 참여가 거론되는 인물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입니다. 2019년 6월 일본 G20에 참석했던 트럼프는 갑자기 이튿날 DMZ를 방문할 것이라며 트위터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만남을 청해 성사됐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 한 번 재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북한 관계에 정통한 외교 관계자는 "과거 트럼프와의 만남에서 망신을 당한 김 위원장의 입장에서 사전 조율 없이 만남에 응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특히 APEC과 같은 다자 무대에 들러리를 서러 온다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일침을 놨습니다.

각국 정상 못지않게 경제계 인사 중 누가 경주를 방문할지도 관심입니다. 일차적인 초청 대상은 포춘지 선정 500대 기업 CEO입니다. 재계에서 주목하는 건 젠슨 황 앤비디아 CEO와 일론머스크 테슬라 CEO 등의 참여 여부입니다. 이러한 '빅샷'들은 경주 APEC 최고경영자 서밋 의장직을 맡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의장이 직접 섭외에 공을 들일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과거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지인들로부터 잔치의 성패는 '주차 공간'과 '음식'에 달렸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조언을 여러 차례 들었습니다. 국제회의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호텔과 교통편 등이 무엇보다 중요한 인프라로 꼽힙니다. 경주는 개최지로 선정되기 이전부터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르기에 제반 시설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전직 미국 외교 관계자는 미국 측 고위급 인사들이 머물 숙소가 마땅치 않을 것이라고 APEC을 경주에서 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경북도 등은 호텔들이 여름 성수기 전에 신축·증축·리모델링을 마무리할 예정이어서 행사를 진행하기 부족함이 없을 거라는 입장입니다.
[이성식 기자 mods@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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