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임기 5년의 대통령을 뽑는데, 5분의 정책도 듣지 못했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2에서는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대통령선거 및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 선거운동기간 중 토론회를 개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특히 대통령선거 기간 중 후보자 중에서 1인 또는 수인을 초청하여 3회 이상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여기서 초청의 대상이 되는 후보자의 자격은 같은 조문 제4항에서 정하고 있는데, ①국회에 5인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②직전 대통령선거,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비례대표 시·도의원선거 또는 비례대표 자치구·시·군의원선거에서 전국 유효투표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이 추천한 후보자, ③중앙선거관리위원회규칙이 정하는 바에 따라 언론기관이 선거기간개시일전 30일부터 선거기간개시일전일까지의 사이에 실시하여 공표한 여론조사결과를 평균한 지지율이 100분의 5 이상인 후보자만이 초청의 대상이 된다. 6월 3일로 예정된 제21대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TV토론회는 지난 5월에 3차례에 걸쳐 4명의 대통령선거 후보자가 참여하여 개최되었다. 만약 우리가 5년 할부로 자동차를 구매한다면, 여러 차량을 시승해보거나 제작사의 카달로그, 영업사원의 설명, 광고, 시승기 등을 통하여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여러 방법을 통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는 자신의 취향, 사용목적에 부합하는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서이다. 우리는 임기 5년의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서도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하며, 그 중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토론회는 유권자들에게는 아주 중요한 정보수집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TV토론회의 시청률은 대략 20% 가량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많은 유권자들이 TV토론회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을 반증한다. 그렇다면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TV토론회는 유권자에게 대통령 후보 선택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였는가? 누군가 나에게 '우리 국민들은 3차례의 토론회에서 대통령 후보자들에 대하여 얻고 싶은 정보를 많이 얻었는가?'라고 묻는다면, 아쉬운 점이 크다고 대답할 것이다.
무릇 토론회에서는 주제를 정하고 주제에 걸맞는 주장과 반박, 재반박들이 있어야 한다. 물론 각자의 주장에는 논리적인 근거가 제시되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서로를 설득하고 더 좋은 대안이 제시될 수 있고 이를 보는 시청자들도 각 후보자들의 정책과 가치관, 문제 해결 능력을 비교적 명확히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번 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TV토론회는 이러한 본래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난 모습이었다. 정책 검증보다는 인신공격성 발언과 감정적 대응이 중심이 되면서, 유권자들은 각 후보자의 정책 비전이나 실현 가능성 있는 공약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얻기 어려웠다.
이러한 토론 문화는 민주주의의 성숙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이나 냉소를 불러일으킬 위험도 있다. 국민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말싸움이 아닌, 깊이 있는 정책 검토와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따라서 후보자들은 사전에 정해진 주제를 중심으로 자신의 정책을 진지하게 설명하고 토론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어야 할 것이며, 토론회를 주제하는 측도 각 후보자들이 정해진 주제만으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보다 체계적이고 질서 있는 진행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언론과 시민사회 역시 토론회의 질을 높이기 위한 감시자이자 촉진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단순히 누가 더 말을 잘했는지, 혹은 누가 더 공격적으로 나섰는지를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 각 후보자의 발언의 진실성, 논리성, 실현 가능성 등을 분석해 유권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실제로 지난 미국 대선에서의 후보자 토론회의 경우에는 언론사들이 앞다투어 후보자들의 주장에 대하여 팩트체크에 나서기도 하였다.
대통령을 뽑는다는 것은 한 나라의 미래를 누구에게 맡길지를 결정하는 매우 중대한 선택이다. 그 선택이 정보 부족이나 왜곡된 인상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도록, 후보자도 언론사도, 유권자들도 보다 성숙한 토론 문화와 선거 문화를 만들어가야 할 책임이 있다. 문현철 법무법인 공감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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