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 우박’에 농작물 파이고, 농심 멍들어
노지작물, 열매 멍들고 잎 찢겨
경북 피해면적만 970㏊ 달해
정상과 드물어 농가 ‘망연자실’

5월28일 내린 갑작스런 우박으로 곳곳에서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 청송에선 사과나무 잎이 찢어졌고 충북 단양에서는 노지 수박에 구멍이 났다. 4월초 저온피해에 이어 우박 피해까지 겹치면서 이상기후로 인한 농가들의 시름이 깊어만 지고 있다.
지역농가들에 따르면 5월28일 오후, 경북 청송·안동, 충북 단양·음성, 강원 영월·화천 등지에 지름 0.5∼1㎝ 크기 우박이 쏟아졌다. 농가들이 “총알처럼 쏟아졌다”고 표현한 이 우박으로 노지 작물들이 찢기고 파였다.
청송에서는 사과 피해가 심각했다. 막 자라기 시작한 사과 열매가 파이는 것은 물론 굵은 우박에 잎이 상당수 찢어졌다.
현서면 백자리에서 9917㎡(3000평) 규모 사과농사를 짓는 이익규 이장(66)은 “비도 내리지 않은 마른하늘에서 닭똥 같은 우박이 20여분간 퍼부었다”면서 “사과나무 잎을 비롯해 열매솎기(적과)를 마친 열매가 푹 패었고, 2∼3일 지나면 피해과는 더 늘어날 것”이라며 한숨지었다.
김진업 현서농협 전무도 “사과농사는 잎농사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잎관리가 중요한데, 농사 초반 우박으로 잎이 찢긴 과원이 많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이번 우박으로 5월29일 현재 13개 시·군 1779농가 969.5㏊에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작물별로는 사과가 827.2㏊로 가장 많았고, 복숭아 49.2㏊, 감자 30㏊, 자두 27.1㏊, 배추 13.5㏊ 등이다.
충북 충주의 사과, 괴산의 사과·복숭아 과원도 피해를 봤다.
충주시 동랑면 금잠리에서 1만9800㎡(6000평) 규모로 사과농사를 짓는 이수균씨(57)는 “한번 상처가 난 사과는 갈변되고 썩어 제값을 받는 게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음성군 감곡면에서도 복숭아농가의 피해가 속출했다. 5000㎡(1513평) 복숭아농사를 짓는 허종욱씨(66)는 “열매솎기를 막 끝냈는데 열매들이 우박에 맞아 멍들고 찢겨 상품성이 전혀 없다”며 “남은 열매라도 어떻게든 골라내야 하는데, 열매솎기를 다시 해야 해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단양에서는 노지 수박 피해가 컸다. 노지 수박으로 유명한 어상천면 연곡리 수박밭에서는 갓 달려 손톱만 한 수박 대부분에 상처가 나 벌써 검게 썩기 시작했다.
2만6446㎡(8000평) 규모로 노지 수박농사를 짓는 현인순씨(58)는 “열매솎기 등 모든 작업을 마치고 한달만 더 키우면 수확을 할 수 있는데, 20분간 세차게 내린 우박 때문에 올해 농사를 완전히 망쳤다”며 눈물을 보였다.
전중구 어상천면이장협의회장(61)은 “일찍 아주심기(정식)하고 비닐 터널을 설치해 조기 출하를 노린 농가일수록 피해가 크다”며 “평생 수박농사를 지어왔지만 밭 전체가 폭격을 맞은 것처럼 망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4월초 저온피해에 이어 우박 피해까지 보게 되자 농가들은 망연자실하고 있다.
괴산군 불정면 추산리 임호우 이장은(61) “이 지역 사과·복숭아 50여농가의 한해 농사가 절단나버렸다”며 “그동안 들어간 퇴비·농약·인건비 등 영농비용을 제대로 건질 수 없을 것 같아 막막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현씨는 “이파리가 저온피해를 본 상태인데 이번엔 우박으로 열매와 줄기까지 상처를 입어 다시 살리기는 힘들 것 같다”며 “수박을 팔아 4명의 근로자 임금도 지급하고, 그동안 들어간 영농비용도 충당해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하소연했다.
한편 5월29일 피해 상황 점검에 나선 최진수 경북농협본부장은 “지역농협과 긴밀히 협력하고 영양제 할인 공급 등 신속한 지원으로 우박 피해 최소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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