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레질 순서만 바꿔도 노동력↓ 환경보호↑
작업 단계 줄고 메탄가스 저감
올해 전국 8곳 ‘농진청 시범사업’
비 등 5월 날씨, 기술정착 ‘변수’

5월29일 오후 2시 전북 부안군 부안읍 행중리에선 논두렁 하나 차이를 두고 서로 다른 모내기가 이뤄졌다. 한쪽에선 맑은 논물이, 다른 한쪽은 뿌연 논물이 대조를 보였다.
맑은 논물이 들어찬 논은 ‘마른논 써레질’을 적용한 곳이다. 이 기술은 말 그대로 마른논에 써레질을 해 땅을 평평하게 만든 다음 논물을 대는 것이다. 먼저 논물을 댄 후 써레질(무논 써레질)을 하는 일반적인 방법과 정반대다.
무논 써레질은 모내기까지 ‘경운→물대기→1차 로터리→2차 로터리와 써레질→모내기’ 등 5단계를 거친다. 그러나 마른논 써레질은 ‘경운→마른 로터리와 균평→물대기→모내기’ 등 4단계면 된다.
모내기를 지켜보던 농민 이춘문씨(71·부안군 줄포면)는 “마른논을 평평하게 만든 뒤 물을 대니 바퀴 패인 자국이 없어 물이 고이거나 새는 경우가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노동력 분산 및 생산비 절감 마른논 써레질 재배단지 조성 시범사업’을 올해 처음 도입했다. 충북 진천, 충남 보령, 전북 부안, 전남 영암·보성, 경북 고령·의성, 경남 김해 등 8곳에서 국비·지방비를 투입해 관련 농기계·종자를 지원한다. 사업을 신청한 김용화 부안 신덕농업회법인 총무(60)는 “농번기 인력 투입을 분산할 수 있다는 말에 참여를 결정했다”고 했다.
앞서 마른논 써레질은 노동력 절감과 환경보호 효과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농진청이 2023∼2024년 충남 홍성과 전북 김제에서 현장 실증한 결과 마른논 써레질은 첫 흙갈이 작업부터 모내기까지 5∼6일이 걸렸다. 무논 써레질은 10∼12일 소요된다. 지구온난화 주범으로 꼽히는 메탄가스의 발생량은 7∼9% 감소했고, 물을 오염시키는 부유물질은 98% 줄어들었다. 질소·인은 각각 86%·88% 저감됐다. 마른논 써레질 쌀 단수(10a당 511㎏)는 무논 써레질(526㎏)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권재한 농진청장은 ‘벼 마른논 써레질 이앙재배 기술’ 현장 연시회에 참석해 “마른논 써레질 기술이 현장에 확대돼 농가 노동력 부담을 덜고 환경을 보호하는 효과를 거두길 기대한다”고 했다. 연시회엔 권익현 부안군수, 김원철 부안농협 조합장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연시회에선 5월 날씨가 기술 정착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박기도 농진청 국립식량과학원 기초식량작물부장은 “2주가량 흙을 말리면 충분히 마른논 써레질이 가능하지만, 만일 잦은 비 등 이상기상이 닥친다면 무논 써레질로 돌리면 된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선 ‘개량형 자동물꼬’와 ‘멀티롤 고속 쟁기’ 등도 함께 선보였다. 개량형 자동물꼬는 저렴한 비용으로 논물의 양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것이다. 멀티롤 고속 쟁기는 쟁기질과 로터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