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을 지키는 흙기사] “풀 하나로 제초·퇴비 해결”...한라봉 품질 높인 ‘들묵새’

조영창 기자 2025. 6.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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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양을 지키는 흙기사] (하) 대풍농장
우점 후엔 다른 잡초 발생 막아
5월 누렇게 변해 누우며 퇴비화
초기 관리만 잘하면 토양 질 ↑
제주에서 한라봉을 초생재배 하는 김융길 대풍농장 대표가 들묵새를 손에 들고 해당 풀을 활용한 초생재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농장 아무 데서나 풀을 뜯은 뒤 땅속을 한번 확인해보세요. 이렇게 촉촉하고 지렁이까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흙, 최근에 보셨어요?”

제주에서 한라봉을 초생재배 하는 김융길 대풍농장 대표(60·서귀포시 남원읍)는 흙을 만져 보이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그는 ‘들묵새’라는 풀을 과수원 전체에서 기른다. 제초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김 대표는 부모가 20년 전부터 초생재배 해온 한라봉농장을 3년 전 이어받은 이후 지금껏 이 농법을 유지하고 있다. 농장 전체 면적 5950㎡(1800평) 중 2314㎡(700평)에서 들묵새를 활용해 고품질 한라봉을 재배하고 있다.

원래 농장 전체에 들묵새를 심었던 그는 “최근 다른 풀로도 초생재배를 시도했는데 실패해 내년에 다시 농장 전체에 들묵새를 파종할 예정”이라며 “2010년초까지는 제주에서 초생재배를 하는 농가가 흔했지만 최근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들묵새는 1년생 화본과 식물로, 한번 우점이 되면 다른 잡초의 발생을 막고 5월 이후 자연적으로 쓰러져 퇴비가 된다. 농가로선 이를 통해 풀 베기 작업과 제초제 사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초창기 3년간은 매달 들묵새 외 잡초를 손으로 직접 제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간편하게 제초제를 선택하는 농가가 많아졌다.

대풍농장에선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데다 들묵새가 자연 퇴비화돼 지렁이·도롱뇽 등 다양한 생물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김 대표의 농장에서 들묵새를 뽑은 땅의 흙을 살펴보니 수분기가 있고 푹신했다. 들묵새가 매년 5월말 누렇게 변하고 눕기 시작한 뒤 말라 죽으면 층층이 쌓여 유기물이 가득한 토양이 되는 것이다. 죽기 전엔 이삭에서 씨앗이 나와 자연적으로 새싹이 올라오기 때문에 별다른 파종 작업도 필요 없다.

김 대표는 “경사가 있는 밭에 들묵새를 활용하면 토양이 비와 바람에 유실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수분도 머금어 가뭄·홍수 피해가 적다”며 “한라봉 나무와도 양분 경쟁이 없고 비료 효과도 오래 간다”고 설명했다. 그의 농장에선 지렁이·도롱뇽 등 다양한 생물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제초제를 쓰지 않아 토양 생태계도 지켰다는 게 그의 얘기다.

김 대표는 “최근 젊은 친환경농가들이 들묵새 초생재배에 관심을 가지고 농장을 방문하지만 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 잡초를 키우게 되면 넝쿨 식물이 과수나무를 타고 올라 생장을 방해하는 등 재배가 어려운 만큼, 도입 초반에 관리만 잘하면 끄떡없는 들묵새를 활용해 토양도 살리고 농산물 품질도 올리는 농가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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