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스 스퀘어에 세워진 3.6m 흑인 조각상은 누구? 불붙는 논쟁

미국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인 타임스스퀘어 광장에 거대한 흑인 여성 동상이 전시돼 화제다. 지난 4월 29일 한시적으로 설치된 3.6m 높이의 이 동상은 특정 인물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흑인 여성을 표현한 작품이다. 기존에 있던 백인 남성 동상들과 완벽히 대비되는 조각상이 뉴욕 한복판에 설치되자, 보수 진영에선 ‘DEI 동상(다양성·형평성·포용성)’이라며 날 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조각가 토마스 프라이스의 작품인 이 조각상 이름은 ‘별에 뿌리내리다(Grounded in the Stars)’로, 이달 17일까지 전시된다. 조각상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몸집이 다소 큰 흑인 여성을 묘사하고 있다. 평범한 반팔티에 긴 바지를 입고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있다. 작가는 “허구적인 인물인 이 젊은 여성의 자세, 표정, 일상복에서 친숙함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타임스스퀘어를 가보니, 많은 사람이 동상에 관심을 보이면서 사진을 찍고 작품 설명을 읽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여행객 리즐 브리위즈씨는 “누군지도 모르는 인물 조각상이 이 유명한 광장에 서 있다는 사실이 어색하다”고 말했다. 실제 타임스스퀘어 광장에는 1차 세계대전에서 미 육군 역사상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종군 신부 프랜시스 패트릭 더피와 브로드웨이에서 활약한 미국 배우 겸 극작가 조지 코헨의 조각상이 세워져 있다. 둘 다 백인 남성이다. 흑인 여성 동상은 기존 조각상들과 보는 방향도 반대로 서 있다. 작가는 “이 여성은 광장에 세워진 흰색 남성 조각상들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고 했다.
보수 진영에선 “워크(woke·‘깨어 있다’는 뜻으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조롱하는 의미) 세력이 또다시 나타났다”는 반응이다. 보수 성향 매체 폭스 뉴스 진행자 제시 워터스는 방송에서 “도대체 이 여성은 누구기에 여기에 세워져 있느냐”면서 “이건 그냥 DEI 조각상”이라고 했다.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그렸다” “유명한 사람 동상만 세울 필요는 없다”는 반응도 다수다. 하지만 진보 진영에서조차 “흑인 여성에 대한 선입견만 강화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조각상이 마치 화가 난 듯 보일뿐더러, 모든 흑인 여성의 체형이 다 이렇지는 않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선 자신을 흑인이라고 밝힌 사람들이 조각가를 향해 “영국인인 당신이 흑인 여성에 대해 뭘 아느냐”는 글을 올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흑인 여성 조각상이 인종, 표현, 다양성과 관련한 미국 사회의 민감한 논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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