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아쉬운 개헌 공약 [헌법학자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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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총리 국회추천제', 디테일 부족
김문수 '사법개혁'도 구체성 찾지 못해
개헌 공약도 후보 선택의 기준 삼아야

1987년 개정된 낡은 헌법을 시대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는 이번 대선에서도 중요한 공약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대선 후보들의 개헌 공약이 지켜질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도 적지 않다.
그것은 최근 10여 년 동안 국회의장들이 대부분 개헌을 추진했으나, 대통령들의 소극적 태도로 인해 개헌이 성공하지 못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개헌 요구 사항들이 더 늘어나면서 개헌에 대한 합의가 점점 어려워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대선 후보들의 개헌 공약을 살펴보면, 현재의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또는 연임제)로 바꾸고 대통령선거에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서만 의견의 접근이 있을 뿐, 그밖의 쟁점들에 대해서는 이견이 뚜렷하다.
이러한 개헌 공약들의 평가에는 세 가지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첫째, 진정성 있는 공약인가? 둘째, 국민적 공감대에 근거한 시급하고 중요한 사항인가? 셋째, 여야의 합의 가능성이 큰가?
2018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은 개헌에 대한 여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의했다가 야당의 반대로 부결되자 그 이후에는 개헌을 위한 노력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개헌 약속에 대한 면피성 개헌안이고,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러한 진정성에 대한 판단은 개헌 공약의 일관성과 체계성, 구체적 실현방식 등과 연계해 평가돼야 하는데, 대선 후보들의 개헌 공약은 시간을 두고 제대로 준비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개헌에 대한 그 진정성이 확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의 하나가 제왕적 대통령제의 극복인데, 이에 대한 뚜렷한 대안도 미약한 편이다. 이재명 후보의 총리 국회추천제는 추천의 절차나 방식, 복수 추천 여부 등에 대한 디테일이 부족하며, 김문수 후보의 사법부 개혁 방향도 학계와 시민사회의 논의를 수용했지만 디테일 부족은 마찬가지다.
대통령 임기와 관련한 중임 또는 연임 논란은 트럼프식이냐 푸틴식이냐가 문제되고 있으며,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겠다는 것도 기존의 2017년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 안이나, 2018년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에 반영됐던, 독립기관화에 대한 공감대와 배치된다. 감사원을 국회 소속으로 둘 경우에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어려우며, 헌법상의 다른 독립기관에 대한 직무감찰도 삼권분립 원칙상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 이전은 헌법재판소에서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것이 관습헌법이라고 결정한 이래로 헌법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 됐다. 그런데 수도 이전 공약을 내세우면서도 정작 개헌 사항에서는 이 부분이 빠져 있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이번 대선에서 개헌공약이 주목을 끄는 것은 그동안 미뤄 왔던 개헌이 이제는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된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시급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2017년 경험에서 보았듯이 대선 블랙홀이 개헌 블랙홀을 압도했다.
그러나 단기적 효과보다 중장기적 효과의 측면에 주목할 때, 대선보다 개헌이 더 중요하다. 이는 1987년 제9차 개헌 직후에 제13대 대선이 치러졌고,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지만, 우리 헌정사에 미친 영향은 노태우 정부보다는 제9차 개헌이 압도적으로 컸다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대선 후보들의 개헌 공약을 따져 보는 것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는 점을 유권자들도 생각해야 한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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