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항모 대신 '드론전용 항모'...한국 해군 패러다임이 바뀐다 [Deep&wide]

2025. 6. 2. 04:3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국내외 주요 이슈들을 해당 분야 전문가들이 깊이 있는(deep) 지식과 폭넓은(wide) 시각으로 분석하는 심층리포트입니다.
지난해 11월 12일 경북 포항 해상에 위치한 해군 독도함에서 실시된 ’대형플랫폼 함정 무인기 운용 전투 실험‘ 에서 미국 제너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에서 개발 중인 고정익 무인기 모하비(Mojave)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 국방부는 2023년 8월 ‘레플리케이터(Replicator)’ 구상을 발표했다. 저비용으로 대량 생산·운용이 가능하며 AI 기반 자율 운용이 가능한 수천 기의 드론을 분산·집중 투입함으로써 중국의 양적 군사력 팽창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그 실효성이 입증됐다. ‘드론 전쟁’으로도 불리는 이 전쟁에서 저가의 드론이 고가치 표적을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키며 유인 전력을 능가하는 전과를 기록한 것이다. 전장에서 운용된 자폭형 드론, 상용 드론에 장착된 폭탄, 민간 위성과 연계된 드론 정찰 체계는 기존 전술에 혁신적 충격을 줬다. 이는 고정밀·고비용 무기체계 중심의 전쟁 양상을, 저비용·고효율 무인 자산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이제 드론의 무대가 바다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은 2024년 드론 항모 쓰촨(四川)함을 진수했고, 이란은 바게리함으로 해상드론 투사를 실현했다. 영국, 스페인도 해상드론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이러한 상황에서 드론을 지휘·통제하는 플랫폼인 ‘드론 항모’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세계 주요 해군 강국들은 함정에서 드론을 운용하거나, 드론 항모 개념의 개발과 실전 적용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한국 해군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드론 항모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 항모로 인해 해양전의 판도가 바뀌고 있는 것이다.

2023년 4월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정박 중인 튀르키예 해군의 강습상륙함 아나돌루함(TCG Anadolu L400) 갑판 위에 무인 전투기 바이락타르 TB3(Bayraktar TB3)와 해군 병사가 나란히 서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신냉전 시대, 뜨거워지는 동북아의 바다

미국의 해양 패권에 맞서 중국은 ‘해양굴기(海洋屈起)’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만 해협은 물론 서해까지 동북아 전 해역에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의 서해 진출은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2016~2020년까지 중국 해군이 한중 배타적 경제수역(EEZ)의 잠정 등거리선을 넘어온 횟수는 900회를 넘었으며, 2022년에는 중국이 서해 124도 선을 일방적으로 경계선으로 설정하고, 이 지역에서 100여 차례의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최근 발견된 한·중 잠정조치수역(PMZ) 내 고정식 구조물 설치는 중국이 남중국해에서의 인공섬을 설치하고 군함과 해상 민병대를 통해 해양 패권을 확장해 나가던 ‘회색지대’ 전술을 서해에 그대로 적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북한 역시 동북아 해역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부족한 국방 재원에도 불구하고 해군력 현대화에 집중해왔다. 북한은 2021년 국방목표로 제시한 핵 추진 잠수함은 현재 건조 중이며 최근에는 5,000톤급 신형 구축함도 진수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참전 대가로 드론을 포함한 해군 전력의 첨단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결국 북한 해군이 원해 작전 수행 능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한국 해군에 대한 전략적 압박으로 이어진다. 원해 투사 능력을 갖춘 북한 함정은 우리 감시망 밖에서 활동할 수 있고, 장기 작전과 기습 가능성을 높인다. 해상 경계 작전의 전면적 재정비가 필요할 수 있다. 신냉전 시대에 동북아의 바다는 뜨거워지고 있다.

대한민국 해군 독도함에 대기 중인 고정익 무인기 '모하비'. 포항=뉴스1

해군의 유무인 복합체계(MUM-T) 구상과 드론 항모

중국의 해군력 팽창과 회색지대 전술, 그리고 북한의 해군력 현대화에 대한 우리 군의 대응은 결코 쉽지 않다. 예산과 인력 운용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위협이 고조된다고 무작정 해군력을 늘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물론 한미동맹이라는 억제 기반이 존재하지만, 독자적인 대응 능력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

이에 해군은 유인 전력과 무인 전력을 하나의 통합된 체계로 연계 운용하는 ‘해상 유무인 복합체계(MUM-T)’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해군은 작년 11월 모하비(Mojave) 드론의 함상 운용 전투 실험을 실시했고, 지난달에는 울산 앞바다에서 상용 무인 체계의 작전 운용 훈련도 성공했다. 이는 교체와 확장이 쉬운 자율 무인 전력을 분산 운용한다는 ‘레플리케이터’ 전략과 맞닿아 있다. 이런 흐름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전력 체계의 유연성과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구조 개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해상 작전에서 반복 활용할 수 있는 저비용 자산의 확충은, 유사시 장기전에도 대비할 수 있는 전략적 기반이 될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 해군이 추진 중인 ‘다목적 유·무인전력 지휘함’(이하 드론 항모)이다. 기존 경항모와 유사한 플랫폼이지만, 유인기 대신 무인전투기를 비롯해 다수·다종의 드론을 지휘할 수 있는 함정이다. 해군이 구상 중인 유무인 복합 체계의 핵심 플랫폼으로, 인력과 비용은 대폭 줄이면서 작전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전환이다. 드론 항모는 유·무인 복합 체계 구현의 출발점이자, 전쟁 패러다임 변화와 해양 경쟁 시대에 대비한 미래 해양전의 핵심 전략 자산이 될 것이다. 새 정부는 최우선 국방 과제로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김태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교육센터장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객원 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 1월 해군 정훈병과장으로 전역한 후 고려대학교 행정전문대학원에서 정책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국방 정책, 국가 위기 관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연구 중이다.

김태호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교육센터장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