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혜영 “영화가 소설 재현보다 소설적 세계 확장하길”
국제커플로 각색, 한국어-영어 촬영
美작가에 시나리오 전적으로 맡겨”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돼 이르면 내년 개봉을 앞둔 소설 ‘홀’(문학과지성사)의 작가 편혜영은 1일 동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영화 ‘더 홀’ 프로젝트는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HBO 드라마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 테오 제임스가 남편, 배우 정호연이 아내 역을 맡았다. 지난달 미국 오리온 픽처스가 이 영화의 전 세계 배급권을 확보했다.
편 작가는 “소설을 쓰는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인 작업인 반면에 영화는 개인적 작업을 집단화, 세계화하는 과정”이라며 “오래전부터 김 감독의 팬으로 특유의 긴장과 유머, 통찰력과 영상 미학을 흠모했던 터라 더욱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할리우드 제작진과의 소통은 어떻게 이뤄졌을까. 편 작가는 “미국, 한국 제작자들과 주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며 “소설이 남성 주인공 중심으로 전개되다 보니, 소설에서 의도적으로 누락된 여성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고 했다. 특히 “영화에는 소설에 나오지 않는 여성 캐릭터의 면모가 나올 예정인데, 원작자로서 무척 흥미로운 설정이라고 감탄한 장면도 있다”고 했다.
‘홀’은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고 전신마비가 된 사람의 이야기로, 겉으론 행복해 보이는 부부 사이에 숨겨진 균열을 파헤친다. 본래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였지만 국제커플로 각색되면서 한국어와 영어, 이중언어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편 작가는 “언어적 뉘앙스와 문화 차이로 인해 서스펜스가 더욱 강화될 듯하다”고 기대했다. 판권 계약을 성사시킨 에이전트 바버라 지트워는 ‘홀’에 대해 “스티븐 킹의 ‘미저리’를 연상시킨다”고 평가했다.
시나리오 작업은 미국 작가가 도맡았다. 편 작가는 “내가 원작자이기는 해도 영화 제작은 소설 창작과 완전히 다른 시스템에 의한 작업이라고 생각해 전적으로 맡기고 있다”고 했다.
많은 원작 소설이 영화화 판권 계약을 맺지만 실제 제작에 들어가는 건 소수다. ‘홀’ 역시 바탕이 된 단편 ‘식물애호’가 국내에서 판권 계약이 체결됐지만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영상 제작이 미뤄졌다고 한다. 판권 계약 만료 뒤 미국 제작사 측에서 연락해 오면서 영화화에 성공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더불어 원작을 찾아 읽어주신다면, 시각적 표현을 다시 활자로 경험하고, 소설 특유의 언어를 발견해 주시면 기쁘리라 생각합니다. 꾸준히, 조용히, 계속 써 나가고 싶습니다.”(편 작가)
김소민 기자 so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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