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과 소통 있는 '밥상' 만들어 봐요
부모가 자식에게 본을 보이는 곳이 밥상머리
밥상은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공동체의 광장
따뜻한 밥을 먹으며 온기를 나누는 것이 중요

수많은 시집을 낸 시인이면서 산문집 '시가 있는 밥상'과 '밥상머리 인문학'의 저자 오인태 작가의 책을 먼저 접했다. 소박한 '밥상'을 차려내는 시인의 정성과 그 속에서 자신의 시 한 편을 꼭지마다 소개한다.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시도 열정과 치열함, 따뜻함을 던졌다. 이런 것에 앞서 무엇보다 우리 시대에 놓치지 말아야 하는 깊은 울림을 주는 인문학의 사유를 펼치는 작가의 인문정신을 좀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인태 작가가 말하는 밥상에 대한 의미와 지금은 희미해져 가는 밥상머리 인문의 정신을 독자들과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오인태 작가의 '밥상머리 인문학 정신'에 대한 생각을 질문과 답변 형식으로 소개한다.
밥상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밥을 같이 먹는 게 식구고, 그 식구들이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모이게 하는 매개체가 바로 밥상이지요. 밥상은 식구들이 시공간을 함께하며 서로 확인하고 점검하고 교감하고 소통하는 일종의 가족이라는 가장 작은 공동체의 광장인 셈이지요.
어릴 적 밥상의 풍경은?
제 두 번째 산문집 '밥상머리 인문학'의 제목을 '밥상 미인'이라고 하려 했는데, 출판사에서 동의하지 않는 바람에 이 제목으로 하게 된 건데요. 어릴 적 어머니는 들일에서 돌아와 앞치마를 두르고 서둘러 식구들의 저녁 밥상을 차리셨는 데, 세상에서 그처럼 거룩하고 아름다운 사람의 모습을 나는 아직 본 적이 없어요. 내 밥상은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할 수 있지요.
밥상머리 인문학을 말하는 이유는
흔히 제멋대로이거나 경우가 없는 사람을 두고 '그 사람 참 본 데도 없고 배운 데도 없다'고 하잖아요. 본 데는 가정교육을, 배운 데는 학교 교육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는데요. 요즘이야 학교 교육은 다들 받을 만큼 받으니 배운 데가 없다고는 할 수 없겠고요. 가정교육이 부재한 상태에서 학교에 들어오니 관계 인식 결여에 따른 사회성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많아요. 말 그대로 학교 교육은 배우는 것이지만 가정교육은 부모가 자식들에게 본을 보이는 것이거든요. 그 자리가 바로 밥상머리다. 여기서 대부분의 가정교육이 이루어지는 데, 요즘은 부모와 자식이 밥상머리에 앉는 일이 거의 없으니 가정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지요.
어떤 밥상머리 교육을 받았는가?
어머니는 밥상에 차려내는 음식으로, 아버지는 그 밥상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를 몸소 보여줌으로써 자식들을 가르치셨지요. 아버지는 밥상 앞에서 한 번도 반찬 투정을 하시거나 어머니를 핀잔하지 않으셨고, 훈계조로 자식들을 나무라거나 우격다짐으로 강요하지 않으셨어요. 식구 누구도 콕 찍어 타박하거나 차별하지 않으셨고요. 말씀을 못 하셔서 그랬던 건 아니에요. 아버지는 보통학교 문턱도 넘지 않으셨지만 국문이든 한문이든 막힘이 없었고, 한 번 말문을 뗐다 하면 대단한 달변이셨지요.
밥상에 대한 특별한 철학은
제가 밥상에 차려 올리는 음식들은 대부분 어릴 적 기억에서 불러낸 것들입니다. 위로 누나 넷에 늦둥이 아들로 태어나 어머니 치맛자락만 잡고 떨어지질 않았으니 내게 음식에 대한 남다른 감각이 있다면 그건 아마 어머니에게서 물려받고 익힌 것일 겁니다. 어머니가 차려내던 음식이란 게 대개 우리 논과 밭에서 직접 기른 것이 아니면 고향 마을 산과 냇가에 지천으로 널려있는 것들이었지요. 음식에 들어가는 양념도 간장, 된장, 고추장 따위 장류에다 참기름, 들기름, 드물게는 산초기름과 제피가루, 들깨가루,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정도가 다였고요. 제 밥상은 그때 어머니의 밥상을 제 버전으로 재현해 냈다고나 할까요.
지금까지 시집 여섯 권에 동시집 두 권, 산문집 두 권, 연구서 한 권까지 많은 책을 냈다. 앞으로 저작 활동 및 계획은
아동에 관한 연구서 한 권이 8월쯤 나올 겁니다. 원고는 출판사에 넘긴 상태고요. 지난해 8월 말에 창원 남정초등학교 교장으로 정년 퇴임하고 창원 중앙동에 집필실을 겸한 연구실을 하나 내서 경남교육을 위한 새로운 역할을 찾고 있습니다.
바쁜 현대인의 일상은 가족들끼리 밥상을 서로 마주하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밥상머리 교육은 어쩌면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다. 꼭 가족이 아니어도 따뜻한 밥을 같이 먹는다는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다. 밥은 영혼이면서 생기다. 따뜻한 밥을 먹으며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가 먹는 밥의 의미를, 밥상머리의 정신을, 밥상머리의 교육을 오인태 작가의 말을 떠올리며 '나만의 밥상'에 대한 생각을 정립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오인태 작가 프로필
시류를 기민하게 읽어 내면서도 결코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고집스러움을 간직한 작가다. 시인과 교육자로서, 무엇보다 사람으로서의 격을 잃지 않기 위해 그는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잡는다. 그 정신이 밥상 하나에서 드러난다. 국 한 그릇은 꼭 곁들이는, 자신만의 규칙에 따라 아무도 보지 않는 혼자만의 밥상을 정성껏 차려 먹는 것부터 사람의 품격이 시작된다고 믿는 다. 산문집 《밥상머리 인문학》,《시가 있는 밥상》 등이 있고, 시집 《그곳인들 바람불지 않겠나》, 《혼자 먹는 밥》, 《아버지의 집>, 《슬쩍》 외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사람의 품격과 밥상의 유기성에 관한 강연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진주교대와 진주교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경상국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교육학을 전공하여 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교사, 장학사, 교육연구사, 교육연구관, 창원 남정초등학교 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오인태 인문학서재 이웅, 참 좋은 학교 연구원 원장으로 있다.
Copyright © 경남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