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장 못 가는 고공농성 노동자들…“낮은 곳의 목소리 듣는 대통령 돼야”
제21대 대통령 선거 사전투표가 진행된 지난달 29~30일 투표 열기는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같은 시기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 공장, 서울 중구 한화빌딩·세종호텔 앞엔 투표장으로 향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쨍쨍한 하늘 위를 지켰다.
1일 기준으로 박정혜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수석부지회장은 511일째, 고진수 민주노총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은 109일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79일째 고용 안정 등을 요구하며 고공농성 중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노동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대통령, 모든 노동자가 평등한 세상을 바란다”고 말했다.
박 수석부지회장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내란을 함께 이겨내고 맞는 선거인데 투표할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농성이 이렇게 길어질 줄은 몰랐다”고 전했다. 지난해 1월 일본 니토덴코 기업에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공장 옥상에 오른 그는 이날 세계에서 가장 긴 고공농성 기록을 갱신했다. 앞선 기록은 김재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전북지회장이 세운 510일이었다.
고 지부장도 “2017년 대선 때도 고공에 있느라 투표를 못했는데 같은 상황이 반복돼 답답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7년 4월13일 광화문의 한 빌딩 광고탑에 올라 27일간 정리해고 철폐 등을 요구했다. 그해 5월9일 제19대 대선이 있었고, 고 지부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 들어가던 5월11일 고공에서 내려왔다. 하지만 세종호텔은 해고 노동자들을 복직시키지 않았고 고 지부장은 지난 2월 두 번째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김 지회장은 “국민의 기본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아쉽긴 하다”면서도 “투쟁도 투표처럼 시민이 자신이 바라는 것을 사회에 표현하는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청 노동자의 고용 안정 보장과 상여금 복원 등을 요구했지만 원청인 한화오션이 단체교섭에 응하지 않자 30m 높이의 폐쇄회로(CC)TV 철탑에 올랐다.
이들은 ‘노동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수석부지회장은 “정치가 높은 곳만 보고 낮은 곳을 볼 줄 모르니 못사는 사람은 계속 못살고 잘사는 사람은 계속 잘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다음 정치는 강한 자의 독식이 아닌 약한 자들의 연대와 단결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우혜림 기자 sa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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