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73> ‘백성 구할 책임이 지식인에게 있다’는 율곡 이이
- 大抵億萬蒼生, 在漏船上·대저억만창생, 재루선상
지금은 억만 백성이 물 새는 배 위에 있으므로 그것을 구할 책임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차마 벼슬을 버리고 떠나지 못하는 것입니다.
大抵億萬蒼生, 在漏船上, 而匡求之責, 實在吾輩, 此所以惓惓不忍去者也.(대저억만창생, 재루선상, 이광구지책, 실재오배, 차소이권권불인거자야.)
위 문장은 율곡 이이(李珥·1536~1584)가 46세인 1581년(선조 14) 음력 11월 15일 벗인 송익필(宋翼弼·1536~1584)에게 보낸 간찰 ‘송운장에게 답하다(答宋雲長·답송운장)’ 한 부분으로, ‘율곡전서’ 권 11과 ‘삼현수간(三賢手簡)’(호암미술관 소장)에 실려 있다. 율곡전서에는 간찰 내용 중 일부만 있다. ‘雲長(운장)’은 송익필의 자(字)다. ‘삼현수간’은 송익필·성혼·이이 사이에 오간 편지를 모은 책으로, 2004년 보물(제1415호)로 지정되었다.
‘억만 백성이 물 새는 배에 타고 있으므로 그것을 구할 책임이 실로 우리에게 있다’는 말은 참으로 진중하고 배운 자로서 책임감 있는 표현이다. 여기서 ‘우리’는 먹물 먹은 사람, 즉 지식인을 말한다. 난세나 절체절명 위기 순간에 지식인이 ‘나 몰라라’며 뒤로 빠질 것이 아니라 적극 나서 백성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이는 1576년 동인과 서인을 중재하려던 노력 등이 실패로 돌아가 본가가 있는 경기도 파주의 율곡(지명)과 처가가 있는 황해도 해주 석담(石潭)을 오가며 저술에 힘썼다.
그러다 1580년 12월 대사간의 직이 내리자 입경했다. 이듬해 정월 송익필은 벗인 이이에게 정치에 너무 깊숙이 관여하지 말고 몸조심하라는 당부의 편지를 보냈다.
내일(6월3일)이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이다. 5월 29~30일 사전투표가 시행됐다. 여야는 서로 나라를 구하겠다고 구호를 외친다. 정치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필자는 어느 쪽이 옳고 대한민국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지 분간을 못 하고 있다. 그렇지만 백성이 위태로움에 처해있을 때 나라를 구할 책임이 지식인에게 있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세상이 변하고 변해 정치에 온갖 변수가 많은 작금이다. 이이의 위 말에 공감하면서도 필자는 정세를 분석할 능력이 없어 지리산 골짝에서 한탄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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