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장기요양시설 위기…노인돌봄 어쩌나

김현우 기자 2025. 6. 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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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장기요양기관 지정갱신제' 도입
도내 E등급 약 500곳…퇴출 가능성 커

도, 돌봄시설 다수…전국의 20% 이상
재정은 부족…전문가 “시스템 변화를”

여·야 대선 후보들이 '노인 돌봄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운 가운데 경기지역 장기요양 시설은 사상 첫 '시설 퇴출제'로 위기를 맞고 있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돌봄 수요를 감당하고 있는데, 제도 시행으로 복지 현장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재정 여건 탓에 돌봄 시설의 양적 확대는 더디게 진행되는 중이다.

▲경기도, 기준 미달 시설 수백개…자격 상실 가능성

1일 인천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장기요양기관 지정갱신제'를 본격 도입하기로 하고, 관련 절차를 예고한 상태다. 해당 제도는 운영자·종사자 서비스 능력, 인력·회계·재정 운영의 적절성, 정기평가 결과, 행정처분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한 뒤 갱신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앞서 2019년 12월 장기요양기관 지정 유효기간을 6년으로 정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안'이 통과돼 올 12월이면 법적 만기가 도래한다. 과거에는 위법이 적발되거나, 자진으로 폐업하지 않는 이상 운영권이 자동 연장됐다.
▲ 2023년 전국 장기요양보험 인정자 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당장 6월부터는 도내 시설이 각 지방자치단체에 갱신 신청을 해야 한다. 서류 심사 및 현장 점검을 거쳐 11월이면 갱신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도에서는 최소 300개 이상 시설이 자격 상실 우려가 있다.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실시한 근 5년간 실시한 장기요양기관 정기평가 결과를 분석(재가·입소 합산)하면, 도내 최하위 등급인 E등급 시설은 무려 약 500개소다. 등급은 A부터 E까지 구분되며, D까지는 일정 기준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E는 최소한의 조건도 달성하지 못한 곳으로 분류된다. 지정갱신제가 정기평가 내용을 참고하는 만큼, 사실상 E등급 시설은 재허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일주일 앞둔 27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수원보훈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이 거소투표를 하고 있다./전광현 기자 maggie@incheonilbo.com

건보 공단 관계자는 "정기평가에서 등급이나 점수를 좋지 않게 받은 곳은 지정갱신제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시설 관계자는 "시설이 부족한 지역은 그나마 있는 곳이 문을 닫으면 공백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서비스 수요는 급증…공급 확대는 정체

경기도는 인구 구조상 노인 돌봄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6월 발표한 2023년 기준 통계에 따르면 31개 시군에 설치된 장기요양시설(재가·입소)은 6917곳으로 집계됐다. 대한민국 5분의 1 이상의 돌봄 서비스가 경기도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2023년 전국 장기요양기관 현황.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

특히 입소 시설은 총 2188개소로, 전국 6268곳의 약 35%를 차지한다. 이는 서울(488개소), 인천(500개소) 등 수도권 지역과 비교해도 4배 이상 많은 수치다. 입소 시설은 재가와 달리 노인이 머물며 생활하는 공간이다. 그만큼 충분한 토지와 건물을 확보해야 해 상대적으로 부동산 시세가 저렴한 경기도 외곽을 중심으로 공급이 활발하다. 이에 타 지역의 수요가 도에 전입을 와 서비스받는 사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3년 한 해 동안 도의 장기요양보험 인정 대상자 수는 23만2764명에 달하지만, 같은 해 시설 수는 전년 대비 2.5% 증가하는 데 그쳤다. 폭발적인 수요를 시설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재정은 부족하다. 한해 15조원 지출을 바라보는 장기요양보험 재원은 2025년부터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내 일부 시·군은 지자체 분담 몫인 의료급여수급자 등의 돌봄 비용을 견디지 못해 시설 공급을 차단하는 '총량제'를 도입하기까지 했다.
▲ 어버이날인 지난 5월 8일 오전 수원시 팔달구 거리에서 한 어르신이 폐지 가득한 수레를 끌고 수집업체로 향하고 있다./김철빈 기자 narodo@incheonilbo.com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전문 특화시설 확대, 지역 맞춤형 개편 등을 중심으로 한 노인 돌봄 공약을 제시한 상태다.

전문가는 노인 돌봄 시스템 자체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박경숙 경기대학교 명예교수(사회복지학)는 "일률적이 아니라 지역 수요에 맞게 돌봄 수요-공급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며 "특히 노인의 신체·정신건강을 지역사회가 예방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관리하면서, 시설 입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사회적 지원을 통해 살던 곳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로 나아가는 것이 해답"이라고 제언했다.

/김현우 기자 kimh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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