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기간제교사냐고 물으신다면 [6411의 목소리]

한겨레 2025. 6. 1.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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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1학년 국어 수업을 바탕으로 문집기획단 아이들과 만든 문집. 필자 제공

연지은 | 기간제교사

내 직업을 물어보면 굳이 중등학교 ‘기간제’ 교사라고 구분 지어 대답했던 때가 있다. 돌아보니, 스스로 기간제교사를 무의식중에 교사와 다르게 생각했던 때였다. 직업을 물어보았기에 중등학교 기간제교사로 일하고 있다고 답하면,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질문은 “기간제교사가 뭐예요?”이고,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질문은 “왜 기간제교사를 하세요?”였다. 나는 다른 사람의 직업을 물어보고 “왜 그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는 이유가 더 궁금했다. 보통 어떤 일을 한다고 했을 때, 바로 “왜” 그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는 화법이 익숙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직업이 궁금하다면,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 그 일을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해야 하는 거 아닌가.

기간제교사가 뭐예요?

사범대학에서 국어교육을 전공한 나는 기간제교사라는 용어가 익숙하다. 하지만 교육계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기간제교사는 낯선 용어였나 보다. 교육공무원법 제32조에 정의돼 있는 기간제교사는, 계약 기간과 관계없이 휴직, 파견, 연수, 정직, 직위 해제,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필요가 있을 때 등의 사유로 임용된 교원이다. 중등학교 기간제교사의 경우, 정규교사와 마찬가지로 해당 과목의 중등학교 정교사 2급 자격증이 필요하다. 정규교사와의 차이점은 말 그대로 기간제로 일하는 것이다. 학교는 새 학년도 시작이 1월이 아닌 3월이다. 학사일정은 학년도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보통 3월에서 다음해 2월까지 1년을 기간으로 했을 때가 학생, 교사, 학교 모두에 안정적이다.

학교 축제 중 필자가 동아리 아이들과 함께 ‘리본 만들기’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필자 제공

그래서 왜 기간제교사를 하냐면

내가 사범대학을 선택한 것은 교사가 되고 싶어서였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이 아니라,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는 교사가 되고 싶어서. 그래서 기간제교사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왜 기간제교사를 하냐가 아니라, 왜 교사를 하냐에 답할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대단한 포부가 있었다. 무려 엄마 같은 선생님이 되고자 했고, 내가 만난 아이들을 영향력 있는 인물로 길러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엄마가 아니었고, 한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삶에도 한계가 있었다. 이론으로 중무장한 수업과 말은 아이들한테 남지 않았는데, 아이들은 이미 그 자체로 빛났다. 그런데 이 시간을 보내면서 알게 된 것들이 있다. 공부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 아이들도 입시와 경쟁을 추구하는 사회 분위기에 억압되고 있었다. 가정에서 학업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들 스스로, 학생답게 공부해야 자식의 도리를 다하는 것이라고 압박받고 있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가정에만 또는 학교에만 아이들을 맡기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우리 시대는 재난과 혐오의 시대가 되었다.

어느 시대에나 ‘요즘 애들’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 교사 하기 힘들지 않냐”라는 안부 인사(?)도 자주 듣는다. 교사를 하기 더 힘든, 더 열악한 학교 환경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내가 학교 현장에서 만난 이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순수해서, 교사로서도 어른으로서도 지켜주고 싶다. 예를 들면, 아이들은 100% 자의는 아닐지라도 느린 친구를 기다리고 함께할 줄 안다. 단체에 느린 사람이 있을 때 기다려주는 것이 쉽지 않다. 어떤 이유로든 느려서 폐를 끼친다고 느린 사람을 배제하는 경우도 많다. 욕을 한다면 언어폭력이고, 이유는 배제하고 당신이 느리기 때문에 조직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는 것은 가스라이팅이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또한 사람이기 때문에 혼자서 완벽하게 해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나 역시 느린 학생을 기다려주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럴 때마다 나보다도 잘, 친구들을 기다려주는 아이들을 보면서 매번 성찰하고 있다. 물론 갈수록 아이들도 자본주의 사회의 영향을 많이 받는 듯하다. 자신이 진짜로 궁금한 것이 아니라, 입시를 위한 시험에서 틀리지 않기 위해 맥락 없이 문학 작품의 어떤 해석이 맞냐 틀리냐를 물어본다든지, 인물을 평가할 때 기승전-돈을 벌지 못하는 능력 없음을 탓하는 것처럼. 이 결과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에서 함께하고 싶다. 사실 나도 학생 때를 떠올려보면 비슷한 사고 과정이 있었다. 이제는 전문가로서 이 과정을 좀 더 안전하게, 내가 좋아하는 국어로 아이들과 통하고 싶다.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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