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는 건 미친 짓"… 미국 유학생, 방학에도 귀국 안 한다
"정부 주목 받을라"... 비공식 지원 안내
피해 최소화하려 정부와 물밑접촉 중

미국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 학생들이 이번 여름방학엔 귀국을 꺼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강경한 유학생 제한 정책으로 인해 재입국이 막히거나 비자가 취소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학들도 출국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다수의 미국 유학생들이 향후 입국 거부가 두려워 이번 여름방학에 미국에 남아있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하이오주(州) 이민법 변호사 샘 시하브는 WSJ에 "외국인 학생이 전화를 걸어 휴가를 가도 괜찮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당신 미쳤냐’라고 답할 것"이라며 엄중한 분위기를 전했다.
학교도 귀국하지 않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무료로 기숙사를 제공하기도 한다. 미네소타주 세인트폴에 있는 매칼레스터칼리지는 기숙사는 물론 식사도 무료로 제공한다. 비용은 기부금으로 충당했다. 애리조나주립대의 경우 기존에는 계절학기 수업을 듣는 학생들만 여름에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모든 해외 학생이 수강 여부와 관계없이 기숙사에 남아있을 수 있다.
대학들은 최대한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유학생들에게 지원책을 안내하고 있다. 공식적으로 공지하면 연방정부의 주목을 받아 괜한 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서다. 미리엄 펠드블럼 미국 고등교육이민협회 이사는 "신중한 접근은 학생들에 대한 배려인 동시에 대학이 처한 현실"이라며 "대학은 학생들을 지원하고 싶어하지만, 정부 눈에는 띄고 싶지 않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표적이 된 하버드대도 유학생 지원에 나섰다. 하버드대는 모든 유학생에게 빨간색 카드를 나눠줬는데, 여기에는 이민 당국이 자택을 급습했을 경우 행동 요령과 하버드대의 긴급 지원 연락처가 적혀 있다. 여름 기숙사 신청 마감일과 자격 요건도 비공식적으로 완화했다.
대학들은 학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도 물밑접촉 중이다. 창구는 법무부 산하 반유대주의 태스크포스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학이 반유대주의와 좌파들의 온상이 됐다며 각 대학들에게 반유대주의와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을 옹호하지 않겠다는 협약 체결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학들이 이 협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 미국 명문대 이사는 미국 CNN방송에 "트럼프 행정부가 우리의 핵심 가치를 망가뜨린다면 싸우겠지만, 우리가 정부에 먼저 손을 내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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