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커졌는데도 ‘원화 강세’ 나타나는 이유는?

노지원 기자 2025. 6. 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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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인하를 서두를 경우, 외국인 자금 등이 금리가 더 높은 달러 쪽으로 이동하고, 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 차가 커졌는데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지 않는 이유로 최근 '약달러' 상황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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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달 2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내렸다. 미국 기준금리(4.25∼4.50%)와의 격차는 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코로나19 종식 뒤 미국이 금리를 빠르게 올리면서 2024년 7월부터 약 1년 간 2%포인트 차이가 났던 전례를 제외하고 한-미 금리 차가 2%포인트 이상 벌어진 것은 201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통화당국은 한-미 금리 차 확대를 경계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최근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인하를 서두를 경우, 외국인 자금 등이 금리가 더 높은 달러 쪽으로 이동하고, 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더욱이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연 0.8%로 0.7%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 역시 원화 약세를 부추길 수 있는 요인이다. 하지만 금리 인하 다음 날인 30일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전날보다 4.9원 내린 1371원으로 출발(오후 3시30분 기준으로는 1380.1원 상승 마감)하는 등 두드러진 약세를 나타내진 않았다.

전문가들은 한-미 금리 차가 커졌는데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지 않는 이유로 최근 ‘약달러’ 상황을 꼽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달 29일 통화정책방향 회의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원-달러) 환율을 움직이고 있는 것은 국내 요인보다는 대외 요인이 크다”며 “(미국) 관세 정책의 변동성, 미 예산안과 관련해 미 재정 적자가 얼마나 커지냐에 따라서 미국 장기채나 환율이 계속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환시장을 분석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환율은 대내적 요인도 있지만 달러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사실상 원화 강세 요인이 없는 상황이라 (현재 환율은) 약달러 영향이 크다”(위재현 엔에이치선물 연구원)는 의견이 나온다.

달러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미국 경제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 이달 세계 3대 신용평가사 중 하나인 무디스는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 등급에서 한 단계 낮은 Aa1으로 강등했다. 미국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가 넘는 등 “심각한 수준”이라는 이유였다. 특히 22일 미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대규모 감세안을 통과시킨 뒤 미 국채 30년물 금리는 5%를 웃도는 수준까지 치솟기도 했다.(채권 가격은 하락).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지며 돈이 빠져나가는 것이다.

지난 1분기 한국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2%로 역성장하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은 등 여러 기관이 올해 성장률을 0%대로 하향 조정한 것은 분명 원화 약세 요인이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성장률 부진이 반드시 원화 약세로 연결되지 않는 사례도 적잖이 관측된다. 권아민 엔에이치(NH)투자증권 연구원의 보고서를 보면, 2000년 이후 한국 경제가 역성장을 기록한 분기가 7차례 있었는데, 이 가운데 원화가 약세를 보였던 적은 단 두 차례에 불과했다. 오히려 다섯 차례는 약달러로 인해 원화가 강세를 보였다.

또한 6·3 조기 대선 이후 들어선 새 정부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할 경우 성장률이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퍼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상현 아이엠증권 수석전문위원은 “추경 규모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이 소폭 상향 조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원화 약세를 막는 요인으로 일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29일 한은 경제전망 기자간담회에서 김웅 한은 부총재보도 “이번에 발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연 0.7%)에 2차 추경 효과는 반영돼 있지 않다”면서 “(대선 뒤) 추경이 되면 성장률을 올리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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