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래연의 요리조리] 한번 맛보면 ‘피’할 수 없는 맛 ‘선지해장국’


피를 먹는 건 야만적이라고? 선짓국은 피를 버리지 않던 조상의 지혜에서 비롯된 영양과 역사가 가득한 음식이다. 오늘은 선짓국의 역사와 조리법, 문화적 의미를 살펴보려 한다.
인류는 가축을 길들이며 고기뿐 아니라 도축 과정에서 나오는 피까지도 식재료로 활용했다. 소와 양의 피를 반죽에 섞은 빵, 피로 만든 소시지 등 고대 중국,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도 피는 음식으로 활용됐다.
중국에서는 오리 선지를 활용한 탕 요리가 흔하며, 중앙아시아 유목민들은 말의 피를 마시는 풍습이 있다. 유럽에선 블랙푸딩(피 소시지), 선지와 양파를 섞은 파테도 오랜 전통이 있다.
한국에서도 선지는 오랜 세월 밥상 위에 존재해 왔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익이 쓴 『성호사설』에는 "선지는 빈혈을 막고, 소화에 도움이 된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이 기록은 선지가 단순한 부산물이 아니라 건강을 고려한 식재료였음을 보여준다.
19세기 후반 인천항 개항 이후 외국인들이 몰리며 육류 소비가 증가했다. 내장, 잡고기, 뼈 등 부산물도 생산되며 부산물을 활용한 국물 요리로 선짓국이 자연스럽게 확산됐다. 노동자들과 장사꾼들이 새벽 끼니로 즐겨 찾으며 '서민의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1930년대에는 인천과 서울 청진동 등에서 선짓국 전문가게가 생기며 대중음식으로 인기를 끌었다. 동아일보 1931년 10월 1일자 4면을 살펴보면 "선지는 토장국에 흔히 먹으나 젓국에 끓이는 것이 좋다 처음에 고기와 곱창을 넣고 파와 후춧가루를 곱게 이겨 한데 넣고 곱창이 무르도록 끓인다"며 선짓국 만드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선지는 철분, 단백질, 비타민 B군이 풍부해 특히 임산부, 성장기 청소년, 빈혈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 하지만 고지혈증이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이들은 주의가 필요하다. 선지는 비교적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고, 저장 상태에 따라 위생 문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조리 즉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여름철에는 선지의 부패 속도가 빨라 식중독 위험이 커지므로, 실온 보관을 피하고 익혀 먹는 것이 안전하다.
건강식으로 서민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는 선짓국. 오늘 저녁에는 뜨끈한 선짓국을 추천한다. 정래연기자 fodus020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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