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T치료, 고형암에도 통한다…"역사적인 암치료 전환점"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키메릭항원수용체-T(CAR-T) 세포 치료가 진행성 위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약 40% 연장시켰다. 고형암인 위암과 위식도접합부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세계 첫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결과다.
중국 베이징대 암병원·암연구소 연구팀이 CAR-T 세포 치료를 받은 위암·위식도접합부암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생존기간 연장을 확인한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랜싯'에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게재됐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개최되는 세계 최대 암학회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학술대회에서도 발표됐다.
CAR-T 세포 치료는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T 세포)를 체외에서 유전적으로 변형해 암세포를 정확히 인식하고 공격하도록 만든 뒤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방식이다. 이번 연구에서 사용된 치료제 '사트리카브타진 오토로이셀(satricabtagene autoleucel·이하 사트리카브타진)'은 위암 세포의 표적 단백질인 'CLDN18.2'를 인식하도록 설계된 CAR-T 세포다.
연구팀은 사트리카브타진이 최소 2차 이상 치료에 실패한 진행성 위암 환자들한테도 의미 있는 치료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임상시험은 2022년 3월부터 2024년 7월까지 중국 내 수 개의 기관에서 진행됐다. 최소 두 차례 항암 치료에 실패한 CLDN18.2 양성 위암 및 위식도접합부암 환자가 대상이 됐다.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들은 사트리카브타진 투여군 104명 및 기존 치료제인 볼루맙, 파클리탁셀, 이리노테칸 등의 투여군 52명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임상시험 결과 사트리카브타진 치료군은 암 진행과 생존기간 모두 기존 치료보다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사트리카브타진 치료군은 질환이 진행되지 않는 상태(무진행)에서의 생존기간이 3.25개월로 기존 치료제 치료군 1.77개월보다 높았다.
전체 생존기간도 사트리카브타진 치료군 7.9개월, 기존치료제 치료군 5.5개월로 약 40% 생존 연장 효과가 관찰됐다. 질병이 악화되지 않고 유지된 기간도 사트리카브타진 치료군이 3.3개월로 기존 치료제 치료군 1.8개월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길었다.
안정성에선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트리카브타진 투여 환자 88명 중 99%는 의학적 조치나 입원이 필요할 정도의 증상인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을 겪었다. 림프구 감소(98%), 백혈구 감소(77%), 호중구 감소(66%)가 주요 부작용으로 보고됐다. 95%는 염증 유발 물질을 한꺼번에 많이 분비하는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CRS)이 생겼다. 연구팀은 이러한 부작용이 "통제 가능한 범위였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그간 혈액암에서만 효과를 보인 CAR-T 세포 치료가 고형암에서도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형암은 면역 회피 작용과 종양의 미세환경 등으로 CAR-T 세포 치료가 효과를 내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다. 무작위 대조 임상에서 기존 한계를 처음으로 넘어선 셈이다.
세계 암 연구자들은 이번 임상시험 결과에 큰 기대감을 표시했다. CAR-T 분야 권위자인 칼 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교수는 “고형암을 대상으로 한 CAR-T 임상에서 처음으로 생존 이점을 입증한 역사적인 연구”라고 평가했다. 제이슨 루크 미국 피츠버그대 제이슨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암 치료 전환점의 시작을 알리는 깃발을 꽂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ASCO 현장에서도 전문가들의 기대가 이어졌다. 존 하넨 네덜란드암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임상 결과는 고형암 분야에서 CAR-T 치료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매우 중요한 성과”라며 “앞으로 더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가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기존 치료 실패 환자에게 있어 사트리카브타진은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새로운 3차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며 “CAR-T 기술이 혈액암을 넘어 고형암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CAR-T 세포 치료를 고형암에 적용하는 연구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연구팀은 CAR-T를 뇌종양 치료에도 적용한 임상 결과를 ASCO에서 발표한다. 악성 뇌종양인 교모세포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CAR-T가 종양 크기를 줄이고 생존기간을 늘렸다는 예비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참고 자료>
- doi.org/10.1016/S0140-6736(25)00860-8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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