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무너지고 빚더미 앉고 돈까지 떼이는데 왜?...이들 나라가 중국에 손벌리는 이유 [한중일 톺아보기]
![지난 3월 28일 미얀마 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접국 태국 방콕에도 건물이 무너져내리는 모습. 이 사건은 태국 역사상 최악의 건축물 붕괴 사고 중 하나로 기록 됐다. [이미지=X]](https://t1.daumcdn.net/news/202506/01/mk/20250601110304511rezj.gif)
다행이 다른 건물들은 붕괴되지 않아 더 큰 피해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유독 이 건물만 문제가 된 점은 각종 의혹을 낳기 충분했습니다.
조사결과 부실자재들이 대거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는데, 특히 시공업체가 중국의 유명 국유건설사 ‘중철십국’ 이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건물의 설계 변경과정에서 30여명의 엔지니어 서명이 위조 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사고후 출입이 금지된 붕괴현장에 중국인 직원 4명이 침입해 무단으로 서류를 반출하다 발각되되기도 했습니다.
부실시공으로 인해 큰 인명 및 재산손실이 생긴데다 비도덕적 행태까지 나타나자 태국여론은 분노로 들끓었습니다.
![문제의 건물 붕괴후 중국인 직원들이 현장 사무실에서 공사 관련 서류를 빼돌리는 모습. [사진=Thai PBS]](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1/mk/20250601110306355tgom.jpg)
![중철십국 직원들이 문제의 건물이 무너져 내리기 전 “태국 프로젝트 감사국 청사 건물 골조 공사 완공을 열렬히 축하한다” 라고 씌여진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한 모습. [사진=X]](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1/mk/20250601110307918taai.jpg)
이 회사는 중국의 인프라 건설을 전담하는 대표 기업으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우리는 전국 철도 본선의 20분의 1, 고속도로·지하철·고가철도의 40분의 1, 터널의 50분의1, 그리고 1000동 이상의 고층건물을 건설해온 중국 최고의 시공사다.”
지난 2월 주웨이동(朱卫东)중철십국 당서기 겸 이사장은 산둥성 본사에서 열린 ‘2025 해외 시스템 활동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해외에 지속적으로 강력한 거점을 구축해야 한다. 특히 절대적으로 당의 지도와 그룹사 통제에서 이탈하지 않아야 하고 당의 철저한 통치를 추진하며 그 방식을 해외에서도 전파해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유기업답게 ‘당의 건설과 통제’를 전면에 내세운 해외 사업 운영을 펼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회사가 시진핑 주석이 12년전 주석직에 오른 직후 제창한 광역 경제전략 ‘일대일로’의 핵심기업이라는 겁니다. 태국 등 동남아 뿐 아니라 벨라루스, 베네수엘라, 남수단, 우간다, 케냐, 스리랑카 등 남미와 아프리카, 아시아에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습니다.
사실 중철십국은 태국에서 이번에 무너진 건물 이외에도 중국과 태국을 잇는 고속철도 1단계 공사라는 양국간 핵심 인프라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이 철도는 내년 준공을 마치고 2029년 본격 운영될 예정인데, 개통시 중국-라오스-태국을 연결하는 일대일로의 ‘상징적 성과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붕괴사건은 일대일로 사업을 전세계로 확장중인 이들 중국 국유 기업들의 품질 관리에 대한 신뢰도에 다시금 근본적 의구심을 들게 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세르비아를 비롯해 7~8년전 에콰도르, 케냐 등에서도 중국 기업이 건설한 건물과 교량 등이 무너지는 사건이 발생해 부실 논란을 낳은 바 있기 때문입니다.
![일대일로 사업으로 건설된 캄보디아 고속도로. [신화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1/mk/20250601110309497qtut.jpg)
호주 싱크탱크 로위 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대일로로) 올해 가장 가난한 75개국이 역대 최대인 220억 달러(약 30조원)의 부채를 상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는 일대일로에 참여한 모든 개도국들이 올 한 해 상환할 전체 원리금(350억 달러)의 60%가 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보고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관련 차관 제공 액수가 2010년대 정점을 찍은 뒤 급감한 반면, 부채 상환액은 2020년대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통상 3∼5년의 유예기간과 15∼20년의 만기를 조건으로 차관을 제공했고 세계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이 추진된 까닭에 결과적으로 상환도 비슷한 시점에 몰리게 된 겁니다.
보고서는 “현재, 그리고 2020년대 나머지 몇 년간 중국은 개도국을 위해 은행가 보다는 채권 추심 업자에 가까운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이로 인해 해당국들의 보건·교육·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지출이 제약되고 있다며 “중국의 대출이 가장 필요한 시점에 맞춰 주저앉았다”고 꼬집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일대일로로 세계 150여개국에 교량과 항만, 도로 등 인프라 확충을 지원해왔습니다. 자금이 부족했던 개도국들은 환영했지만, 서방은 참여국들이 ‘부채의 덫’에 빠지게 된다며 의혹을 제기해왔습니다.
정상적으론 갚을 수 없을 만큼 큰돈을 빌려줌으로써 해당국의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입니다. 다만 중국은 물론 일대일로에 참여한 대다수 개도국들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매경 DB]](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1/mk/20250601232408234vets.png)
그 배경으로는 여러가지 요인들이 있지만 첫번째로 개도국들인 만큼 열악한 인프라 상황과 절박한 개발 수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도로, 철도, 항만, 발전소 등 국가 발전의 기초가 부족한 나라들은 서방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의 까다로운 조건과 느린 절차 대신, 빠르고 조건이 적은 중국 자본에 기대고 있습니다.
세계은행이나 IMF로부터는 민주주의, 인권, 환경 기준 등을 충족해야 자금 지원을 받지만, 중국은 이 같은 간섭 없이 투자를 제공하다는 점에서 독재국이나 권위주의 국가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할수 밖에 없습니다.
이와 함께 일부 권위주의 정권이나 약한 민주주의 국가들은 일대일로를 통해 ‘단기적으로 보여줄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내고자 합니다.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는 국민들에게 쉽게 눈에 보이는 성과로 인식되며, 집권층은 이를 통해 정치적 정당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다수의 국가에서 정권 핵심 인사나 그 측근들이 일대일로 사업 관련 수주, 입찰, 하청 구조 등을 통해 사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부패를 심화시키는 한편,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도 기능합니다. 정권 핵심 인사나 재계와 유착된 인물들이 사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중국과의 전략적 관계 유지가 외교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중국은 세계 최대 무역국이자 주요 투자국으로서 다자외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일대일로 참여를 통해 중국과 외교적 우호를 유지하거나 경제 협력의 폭을 넓히려는 겁니다.
![지난해 7월 중국을 찾은 조르자 멜로니(왼쪽)이탈리아 총리가 시진핑 주석과 만나 악수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지난 2023년 12월 일대일로를 공식 탈퇴했다. 이탈리아는 G7 및 서방 선진국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가입했었다. [EPA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1/mk/20250601110312776qxsj.jpg)
바로 얼마전 한국에서도 감사원 감사결과,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지난 2017년 일대일로에 투자한다면서 하이난 그룹에 1억3000만달러(약 1900억원)를 송금했다가 하이난 그룹의 부도로 전부 날렸던 일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결국 일대일로 참여는 경제적 필요, 외교전략, 정치적 셈법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물입니다. 부작용이나 리스크가 예상되더라도, 당장 눈앞의 이익과 중장기적 위험 사이에서 많은 나라들이 ‘고위험 고의존’이라는 불안정한 선택을 감수하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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