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0가구 아파트 260m 거리 군용기 추락…포항공항 인근 주민들 ‘좌불안석’

김웅희 기자 2025. 6. 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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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군용기 추락사고 재발…군 공항 이전론 꿈틀
해군 포항기지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해상초계기(P-3CK) 추락 직전 모습. 해군 제공

"군 비행기 소음도 모자라 추락사고가 끊이지 않으니 불안해서 살 수가 없어요"

포항 도심과 가까운 공항 인근 마을에서 군 비행기 추락사고가 잇달아 발생해 주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1일 해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후 1시 49분께 포항시 남구 동해면 신정리 포항경주공항(해군 포항기지) 인근 야산에 해군 P-3CK 해상초계기가 추락해 조종사 등 탑승자 4명이 모두 숨졌다.

숨진 장병들은 총 3차례의 이착륙 훈련을 실시하기 위해 포항기지에서 이륙해 첫 번째 착륙 성공 후 두 번째 이착륙을 위해 '장주 비행(활주로를 중심에 두고 주위를 도는 비행)'을 하던 중 변을 당했다.

사고 지점은 해군 초계기가 이륙한 포항경주공항 활주로와 직선거리로 약 1.8㎞, 680여 가구가 사는 아파트단지와는 직선거리로 불과 260m 가량 떨어져 있다.

더구나 공항 활주로에서 반경 500m 이내에 초·중·고등학교가 위치해 많은 학생 및 학부모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해군이 유가족의 동의를 받아 공개한 사고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사고기는 정상 경로로 비행 중 갑자기 수직에 가까운 급강하를 시작해 10초도 안돼 땅으로 곤두박질치듯 추락했다.

초계기의 방향이 약간만 틀어졌어도 고층 아파트와 수업 중이던 학교를 덮칠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추락 1분 전까지도 조종사가 관제탑과 교신했지만 비상상황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도가 급격히 낮아진 상황에서 대규모 민간인 인명 피해를 우려한 조종사가 관제탑 교신을 포기한 채 기수를 야산으로 틀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고 지점 인근 C아파트 입주민 양모(51.여)씨는 "군 비행기가 아파트 상공을 지나가면 주민들끼리 '설마 비행기가 떨어지랴' 농담으로 얘기하던 게 현실이 됐다"며 "고층에서 애들 키우는 엄마로서 너무 두렵다"고 불안해했다.

앞서 2018년 7월에는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포항 해군6항공전단 훈련장에서 시험운행 하던 중 기체 결함으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타고 있던 해병대원 6명 가운데 5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었다.

포항시 남구 동해면과 청림·제철동 등 군 비행기 훈련 궤도와 주민 삶의 공간이 겹쳐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군 비행기 소음만 들려도 불안감을 느끼는 등 심각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 주민은 지난 2019년 4월 헬기 이착륙 및 기동에 따른 소음·분진 피해를 우려하며 해병대 헬기부대 격납고 건설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매일 머리 위로 날아다니고 있는 군 비행기나 전투기가 언제든 민가로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최근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군 공항 이전론에도 불이 붙을 태세다.

당장 포항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추락사고 지점 지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자리해 시민들을 아찔하게 만들었다"며 "도심지 대규모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군 공항을 조속히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지역 청년단체와 보훈단체 역시 공동 성명을 통해 "순직 장병들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제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철수 지역구 시의원은 "도심에서 연이어 발생하는 군 항공기 추락사고는 대형 참사를 예고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이른 시일 내)주민 의견을 모아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군 당국에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웅희 기자 wo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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