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 거리 학생도 원하는 과목 들어요”…고교학점제 맞춘 온라인학교

신소윤 기자 2025. 6. 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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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기준 32개교 2000명 정규수업 진행
인천온라인학교 박세진 교사가 백령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본어Ⅱ 수업을 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나연짱, ‘비가 오다’를 일본어로 하면 뭐라고 할까요?”

“아메가 후루.” “잘했어요. ‘비가 오다’, 이 문장을 두 가지 형태로 바꿔볼게요. 이번에는 교빈이가 해볼까요?”

지난 5월28일 오후 2시 인천 부평구 인천온라인학교. 일본어Ⅱ 수업을 맡은 박세진 교사가 모니터 앞에 앉아 마이크를 두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화면 너머에는 인천온라인학교에서 약 200㎞ 떨어진 옹진군 백령고등학교 3학년 학생 15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백령고 3학년 전체 학생은 34명.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 일본어 수업을 원했지만, 학교에는 제2외국어 교사가 중국어 한 과목만 담당하고 있었다. 학교는 인천온라인학교에 일본어 수업 개설을 요청해 온라인 수업으로 연결됐다. 일본어 수강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박 교사의 수업을 듣고, 나머지 학생들은 다른 교실에서 중국어 수업을 듣는다. 같은 시간에 제2외국어 수업이 온·오프라인으로 나뉘어 열렸다.

“○○아, 연습 안 하니? 입 안 움직이고 있어요.” 수백 ㎞ 떨어진 학생들이 박 교사에겐 마치 눈앞에 있는 듯 자연스럽게 말을 건넸다. 인천온라인학교는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에 맞춰 실시간 쌍방향 원격수업을 지원하기 위해 2023년 개교했다. 지역이나 학교 여건과 관계없이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다.

백령고 학생들이 인천온라인학교 실시간 수업에 참여해 교사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고교학점제는 학생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는 제도로, 올해부터 전면 시행됐다. 이에 맞춰 대구·광주·경남을 비롯해 각 시도교육청도 온라인학교를 개설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3월1일 ‘서울온라인학교’를 열었고, 세종시는 오는 9월1일 개교할 예정이다. 세종시까지 문을 열면 전국 모든 시도에 온라인학교가 구축된다.

인천온라인학교는 소속 학생이 없다. 교장과 교감 각 1명을 포함해 교원 16명(강사 포함 24명), 교육행정직원 4명 등 총 20명의 교직원이 근무 중이다. 온라인 전용 강의실은 8개, 콘텐츠 제작실과 온·오프라인 겸용 강의실은 각각 1개씩 갖추고 있다.

하지만 수업 수요는 대규모 학교에 맞먹는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32개 학교에서 총 2003명의 학생이 인천온라인학교 수업을 수강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업은 각 학교의 정규 수업 시간 내에 진행된다. 일본어Ⅱ 수업처럼 제2외국어 과목뿐 아니라 ‘교육학’, ‘심리학’ 등 진로탐색형 수업, ‘패션 디자인의 기초’, ‘면역체계의 이해’, ‘문학적 감성과 상상력’ 같은 교양형 수업도 운영 중이다. 수업은 단일 학교 수강 또는 여러 학교 학생이 함께 듣는 공동 수강 형태로 진행된다.

조정임 인천온라인학교 교감은 “재생에너지, 인공지능, 기후변화 등 신산업·신성장 관련 과목처럼 일반 고등학교에서 개설이 어려운 과목을 중심으로 자체 편성한 ‘개설형 교육과정’과, 단위 학교의 요청에 따라 운영되는 ‘요청형 교육과정’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 정해중 교사는 “담당 권역에 도서 지역이 많아 섬 지역 학교 수업 지원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방송 중’ 사인이 켜져 있는 인천온라인학교 강의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안희수 학생은 “중3부터 관광학과나 일본어학과 진학을 목표로 해왔는데, 섬이라 일본어를 배울 곳이 많지 않았다”며 “온라인학교 덕분에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만 취지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현실적 장벽도 여전하다. 경기도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온라인학교를 포함한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다양한 수업을 자유롭게 듣고 진로를 탐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지만, 대입 제도가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현장에서는 내신 유불리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거나, 이공계 학과 지원 학생들이 대학별 필수 지정 과목을 이수하는 등 대입에 얽매이다 보면 자유로운 선택권 보장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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