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BACK] 여행기자들의 2025년 6월호 뒷이야기
여행과 일상,
그리고 여행이라는 '일' 사이에서
울고 웃는 에디터들의 뒷이야기

낮아진 역치
지금보다 어렸을 땐 욕심이 많았다. 폭넓은 경험을 위해 애를 썼고, 여행도 혹독한 훈련이 따로 없었다. 끝없는 허기에 종일 먹고 마시고, 발바닥이 욱신거릴 때까지 걸으며 많은 걸 눈에 담았다. 메모장에 빼곡하게 적어 둔 할 일들을 다 지우지 못하면 하루가 개운하지 않았다. 여행의 만족도는 전적으로 경험의 총량에 좌지우지됐다. 지금은 확 달라졌다. 한창 팔팔할 때를 충분히 누렸는지 이제는 한가로운 아침만 주어지면 그걸로 족하다. 2시간 정도 늦게 침대에서 일어나고, 새콤한 커피나 고소한 플랫화이트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으면 된다. 좀 더 바란다면 바다, 숲, 도심 중 하나의 전망이 펼쳐지는 것이다. 점점 날씨가 더워진다. 따뜻한 커피는 잠시 내려놓고, 얼음 둥둥 띄운 커피를 들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곳으로 떠나고 싶다.
이성균 기자
평양냉면
날씨가 제법 더워지니 평양냉면 시즌이 도래했음을 느낀다. 매년 평양냉면 맛집을 찾아다니지만, 가장 맛있는 곳을 꼽으라면 처음 먹었던 평양냉면이 부동의 1위다. 신기하게도 모든 기억이 선명하다. 2019년 12월21일 저녁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평양관. 북한 음식점에 들어가도 될까 두려워 가게 앞에서 고민하다 추위에 못 이겨 들어갔던 것까지 생생하다. 주문한 음식은 평양'랭'면과 감자전, 코젤 맥주. 혼자 먹기엔 양이 좀 많았지만 맛 때문에 남기고 싶지 않아 바닥까지 긁었다. 처음부터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문데, 맛 덕분에 한번에 빠져 버렸다. 아직까지 생생한 이 맛을 한국에서 찾기 위해 '평양냉면 여행'을 때때로 떠난다. 6년을 다녔지만, 아직 찾지 못했기에 오늘도 새로운 곳을 들러 한 그릇 비운다.
송요셉 기자
실패의 기쁨
지난 여행이 그리우면 여행지에서 맛본 음식을 만든다. 이번에는 프랑스식 양파 수프. 양파가 캐러멜라이징되기까지 약불로 1시간 가까이 볶는다. 팔 빠지게 뒤적이다 문득 궁금해졌다. 처음에 누가 왜 이렇게 오래 양파를 볶았을까? 뒤따를 요리법도 없고, 뭐가 나올지도 몰랐을 터. 어쩌면 양파볶음을 만들어야 하는데 잘 몰라서 계속 젓다가 발견한 게 아닐까. 이렇게 망한 줄 알았는데 대성공이었던 요리는 꽤 있다. 초콜릿 케이크에 베이킹 파우더 넣는 것을 까먹어 탄생한 브라우니, 감자튀김이 두껍다는 손님 불평에 울며 겨자 먹기로 건넨 감자칩 등등. 가끔 살다 보면 의도와 다른 결과가 달가울 수도 있겠다. 어느덧 수프도 완성! 국산 재료로 바꿔 넣어 그런가? 솔솔 풍기는 내음이 영락없이 소고기 뭇국이다. 그립던 집밥 느낌, 아! 실패의 기쁨이다.
남현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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