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무대, 인간은 배우…사람답게 죽어야" 무연고자 다룬 '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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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무대, 사람은 배우, 가끔가다 유령도 있구나. (중략) 제아무리 후진 역할도, 제아무리 못난 역할도 결국은 다 퇴장이구나."
배우들이 작품 속 역할과 함께 연극을 하는 자신도 연기하는 식의 구성은 작품 속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분장이 지워지면 배우가 맡은 역할은 사라지고 배우는 그 자신으로 돌아오듯이, 무연고자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이란 무대에서 하나의 역할일 수 있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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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할 연기하다 자기 얘기하는 배우들…'극중극' 형식으로 메시지 전달
![연극 '유령' 공연 모습[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1/yonhap/20250601082829881aehc.jpg)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세상은 무대, 사람은 배우, 가끔가다 유령도 있구나. (중략) 제아무리 후진 역할도, 제아무리 못난 역할도 결국은 다 퇴장이구나."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지난달 30일 개막한 연극 '유령'은 무연고자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서울시극단을 이끄는 고선웅 연출이 7년 전 무연고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신문 르포 기사를 읽고 영감을 얻어 쓰고 연출한 작품으로, 여러 각색작으로 성공을 거둔 고 연출이 14년 만에 발표하는 창작극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이야기는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집을 나온 배명순이 정순임으로 이름을 바꾸고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다 무연고자로 죽음을 맞으며 벌어지는 일을 중심으로 전개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연극은 배명순(정순임) 역을 맡은 배우 이지하가 무대에 등장하면서 시작한다.
"저는 이번 생에서 배씨, 정씨, 그리고 다시 배씨다. 무대에 섰으면 연극에서 맡은 역할을 말해야지 생은 무슨 생이야 하실지 모르겠다. 그리고 배씨가 다시 배씨는 뭐야 하실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말고는 달리 말을 못하겠다."
![연극 '유령' 공연 모습[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1/yonhap/20250601082830096bjmg.jpg)
달리 뭐라고 말을 못 하겠다는 이지하의 첫 대사는 앞으로 진행될 연극의 성격을 압축한 듯 하다. 극은 "지금껏 했던 연극 중에서 가장 이상한 연극"이라던 배우 강신구의 표현처럼 일반적인 진행 방식에서 벗어난다. 배우들은 맡은 역할을 연기하다가 갑자기 이지하, 강신구 등 배우 자신으로 돌아온다. 자기 이름으로 돌아온 배우들은 극중 대사나 연출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무대감독, 분장사 등 스태프(역할을 맡은 배우)도 무대에 올라온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배우들의 대사에는 실제 상황이 반영돼 있어 순간 연극인지 현실인지 헷갈린다. 강신구 배우는 배명순에게 폭언을 퍼붓는 자기 대사를 두고 "우리 애들이 이 연극을 보러 오겠냐"며 "나도 이런 대사가 싫어서 빼고 가자고 했다"고 말한다. 이지하 배우의 대사 중에는 드라마 등에서 활동하다 오랜만에 무대에 선 이지하의 실제 현실처럼 "방송하다 10년 만에 연극하는데 처음 대본 보고 엉성하다고 생각했다"는 내용도 있다.
배우들은 어느 순간 다시 역할로 돌아와 연기하고 그러다 또 극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런 식으로 '극중극'이 끊임없이 맞물리며 진행된다.
![연극 '유령' 공연 모습[사진 황희경]](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1/yonhap/20250601082830323sigf.jpg)
배우들이 작품 속 역할과 함께 연극을 하는 자신도 연기하는 식의 구성은 작품 속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장치다. 분장이 지워지면 배우가 맡은 역할은 사라지고 배우는 그 자신으로 돌아오듯이, 무연고자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이 세상이란 무대에서 하나의 역할일 수 있다는 메시지다.
고 연출은 이 작품에서 메시지를 여러 차례 직설적으로 발신한다. 무대 감독을 맡은 배우를 통해 연출자의 의도를 전달하기도 하고 공연 말미에는 아예 목소리 출연으로 관객에게 직접 이야기를 건넨다.
"사람으로 태어났다면 사람답게 죽어야 마땅합니다. 유령처럼 취급당하며 살았고 죽어서도 유령처럼 떠돈다면 뭔가 잘못됐습니다. 우리나라가 좋은 나라라면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중략) 관객 여러분, 좀 엉성한 서사라도 저희 편이 되어서 응원해 주십시오."
공연은 22일까지.
![지난달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린 연극 '유령' 프레스콜에 참석한 고선웅 연출(왼쪽 맨 끝)과 출연배우들.[세종문화회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01/yonhap/20250601082830536pgum.jpg)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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