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부 목숨값 허투루 못써”... 숙대에 장학금 쾌척한 독립운동가 후손
“학생들이 독립운동을 거창하게 기억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잠깐이라도 ‘이런 일이 있었구나’ 하고 잊지만 않아 줘도 기쁠 것 같습니다. 독립운동에 나섰던 선조들의 정신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학생들이 바른길로 가기를 바랄 뿐입니다.”
3·1운동 당시 충북 진천에서 만세시위를 주도하다 순국한 독립운동가의 후손이 국가로부터 받은 보상을 장학금으로 기부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1일 숙명여대에 따르면 독립운동가 고(故) 박도철 선생의 증손녀인 이 학교 박명현 연구교수는 아버지 박영섭씨와 함께 학내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장학금으로 써달라며 보훈급여 1500만원을 지난달 15일 모교에 전달했다.
대한제국 육군 참위(소위) 출신이었던 박 선생은 1919년 4월 3일 충북 진천 광혜원 장터에서 만세 시위를 벌이며 선두에서 헌병주재소를 부수다 일제 군경의 총에 숨을 거뒀다. 박 선생의 어머니도 아들의 시신을 부둥켜안고 저항하다 일제가 쏜 총에 같은 날 숨졌다.

박 교수는 “아버지께서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보러 가실 때 할머니께서는 떨어지라고 미역국을 끓여주셨다고 하더라”며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는 현실이라지만, 그 덕에 이렇게 나라가 있으니 후회하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일제의 보복 탓에 가족들이 족보 등을 불태워 관련 기록이 남지 않아 번번이 서훈도 거부됐다. 순국 102년이 지난 2021년에야 지역 향토사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박 선생에게 건국훈장 애국장이 추서됐다.
박 교수 부녀는 매월 국가보훈부가 지급하는 보훈급여를 모아 진천군 광혜원면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진천 만세운동을 기리는 기념탑 건립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박 교수는 “증조할아버지의 목숨값을 허투루 쓰기보다는 의미 있는 일에 쓰고 싶었다”고 했다.
숙명여대도 부녀의 뜻을 잇고자 독립유공자의 후손인 학생을 찾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최초의 민족 여성 사학인 숙명여대도 동문님의 고귀한 뜻을 실현하기 위해 독립운동가 후손 지원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부녀는 사비를 보태 진천 만세운동을 기리는 기념사업회를 세울 계획이다. 학생들을 위한 독립운동 유적지 탐방과 강연 프로그램도 구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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