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증폭하는 폭염-가뭄 복합재해 최근 10년새 급증"

이재영 2025. 6.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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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연평균 발생 횟수, 45년 연평균의 2배 이상
'느리게 나타나는 재해'는 옛말…기후변화에 '돌발가뭄' 등장
가뭄에 갈라진 호수 바닥.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나타나는 복합재해가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기상학회 학술지 '대기' 최신호에 발표된 '국내 폭염-가뭄 복합재해 발생 증가에 따른 기후 리스크 평가의 필요성' 논문을 보면 1979년부터 2023년까지 기상자료를 분석해보니 최근 10년 국내에서 '폭염-가뭄 복합재해'(CDHEs)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합재해는 '여러 재해가 동시에, 또는 시차는 있지만 서로의 영향 아래에 발생한 경우'를 말한다. 재해 간 상호작용 때문에 더 큰 피해를 초래할 수 있어 최근 연구·분석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2010년 러시아에서 '폭염-가뭄-산불 복합재해'로 5만5천여명이 숨지고 17억4천달러(약 2조3천477억원) 규모 경제적 피해가 난 것이 대표 사례다.

당시 7개월간 이어진 가뭄으로 강력한 폭염이 발생했고, 대기가 고온건조해지면서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산불 연기가 모스크바 등 대도시에 유입돼 폭염과 함께 사망자를 다수 발생시켰다.

연구진은 폭염을 일평균기온(지면에서 2m 높이의 기온)이 상위 10%에 드는 날이 사흘 이상 연속된 경우로, 가뭄은 물순환을 반영해 '일일 증발산 부족량 지수'가 하위 10%에 드는 날이 사흘 이상 연속된 경우로 정의했다.

연구진은 전국을 100㎢ 격자로 나눈 뒤 1979년부터 2023년까지 기상자료를 활용 5∼10월에 폭염-가뭄 복합재해가 얼마나 발생했는지 분석했다.

만약 한 격자에 6월 10∼15일 폭염, 같은 달 12∼20일 가뭄이 나타났다면 폭염이 시작한 10일부터 가뭄이 끝난 20일까지 폭염-가뭄 복합재해 한 건이 발생한 것으로 규정했다.

폭염-가뭄 복합재해 발생 횟수는 연평균 446.3건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10년(2014∼2023년)만 놓고 연평균을 계산하면 951.5건에 달했다.

폭염과 가뭄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일이 급격히 늘었다는 의미다.

폭염-가뭄 복합재난이 가장 많이 발생한 해는 '20세기 최악의 더위'가 나타났던 1994년으로 4천113건이나 발생했다.

이어 '21세기 최악의 더위'가 나타난 2018년(2천194건)과 2016년(1천670건)에 폭염-가뭄 복합재난이 많았다.

폭염-가뭄 복합재해 지속 기간은 평균 11.4일이었다.

폭염-가뭄 복합재해가 발생하면 폭염과 가뭄 중 하나만 나타났을 때보다 '재해의 강도'가 더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예컨대 폭염만 발생했을 땐 '최대 일평균 온도 평균'이 23.7도였는데 폭염-가뭄 복합재해일 때는 25.4도에 달했다.

연구진은 1994년과 2018년은 폭염일 중 85.4%와 68.1%가 가뭄을 동반한 복합재난으로 나타나 이 비율이 다른 여느 해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가뭄을 기준으로 하면 1994년은 가뭄일 중 61.9%, 2018년은 72.0%가 폭염을 동반했다.

폭염과 가뭄이 동시에 나타난 점이 당시 피해를 증폭한 직접적인 요인 중 하나라는 점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진은 폭염일 증가가 폭염-가뭄 복합재해 증가를 이끌고 있다며 "폭염일 증가세가 가뭄일 증가세보다 뚜렷한데, 과거보다 빈번하고 강한 폭염이 지표면에서 (물의) 증발산을 촉진해 '돌발가뭄'이 더 쉽게 야기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연구진은 최근 폭염-가뭄 복합재해 주요 발생지가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과 쌀 주생산지인 전남·경북이라며 폭염-가뭄 복합재해 리스크 평가·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양태의 가뭄에 대응해야 한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에너지·기후정책 싱크탱크인 '넥스트'는 지난달 28일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나타난 신유형 가뭄인 '돌발가뭄'을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이에 맞는 예경보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 가뭄 대응 체계는 '오래 비가 오지 않아 물이 부족한 상황'에 맞춰 짜여있다. 국가가뭄정보포털에도 가뭄은 '진행이 느리고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기후변화로 강우량이 부족한 데 더해 폭염 등으로 지표면에서 물이 많이 증발하며 빠르게 진행되는 '돌발가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넥스트는 "국내에서 돌발가뭄, 특히 여름철 '폭염에 의한 돌발가뭄'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2010년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돌발가뭄 횟수와 지속 기간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선 돌발가뭄을 자연재난으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감시하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명확한 정의도 없고 감시도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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