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앞두고 읽으면 좋을 3권의 책

장슬기 기자 2025. 5. 3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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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서평생활] '다시 만난 민주주의', '광장 이후', '이토록 평범한 내가 광장의 빛을 만들 때까지'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지난해 12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및 구속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관련 손팻말과 응원봉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다시 만난 민주주의/ 시사IN 편집국 지음/ 아를 펴냄

“언론은 최초의 정직한 목격자이자 성실한 기록자이며, 그로써 자유로운 민주정의 필수 요소가 된다. (중략) 적어도 12·3 내란 국면에서만큼은 우리 언론이 자신의 이런 존재 이유를 입증했을까? 불행히도 민주적 시민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언론학자인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가 쓴 '다시 만난 민주주의'란 책의 추천사 중 일부다. 언론은 이번 내란국면에서 왜 존재 이유를 입증하지 못했을까? 박근혜 국정농단 국면에서 제도권 언론은 권력의 부패와 정경유착이란 구태를 들춰냈다. 이는 세월호 참사 당시 떨어진 언론 신뢰를 일정부분 회복하는 계기였고, 적어도 '촛불광장'에서 유권자들은 언론계가 민주적 헌정질서를 지켰다고 평가했다.

내란 국면에서 언론의 역할은 다르다. 비상계엄 선포는 생중계됐고 군이 국회에 침투하는 장면이 여러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해 12월3일 이미 반헌법 행위가 벌어졌고, 4월4일 헌법재판소가 확인했다. 언론에 요구한 건 특종이 아닌 내란에 대한 분명한 태도였다. 그럼에도 상당수 보도는 내란과 내란 옹호 주장에 단호함을 보이지 못했다. 이는 기사 행간에 배어났고, 시민들은 이를 감지했다. 저널리즘의 토대가 되는 민주주의 질서를 수호하겠다는 언론의 의지 부족, 자기부정의 모습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시사IN 편집국에서 쓴 책 '다시 만난 민주주의'는 “가짜 '객관'과 '중립'을 기꺼이 버리기로 마음”(11쪽)을 먹고 12·3 비상계엄을 '12·3 쿠데타'로 규정하면서 파면까지의 123일을 기록했다. 파면 전인 지난 3월3일, 변진경 시사IN 편집국장은 자사 칼럼에서 '윤석열' 뒤에 '대통령'을 붙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유를 곱씹어볼 만하다.

'대통령'은 단순 호칭을 넘어 권위와 존경을 담고 있는데 내란 수괴에 이를 붙여선 안 된다는 판단이다. 그러면서 변 국장은 혹 윤석열 탄핵이 기각돼 대통령직에 복귀하더라도 '대통령' 호칭을 붙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법적으로 대통령직 복귀를 인정하는 것과 시사IN이 '대통령'이라고 칭하는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사건'은 단순히 벌어진 일이 아니라 '규정'해서 '구성'한 것이다. 즉 불변의 진리가 아닌 관점을 담은 결과물이다. 비상계엄을 명백한 반란으로 규정하면 상당수 기사가 수정되거나 삭제될 것이다. 독자들은 언론인에게 숙고의 시간을 요구해왔고 납득할 만한 근거를 제시하길 기대한다. 저널리즘이 공론장의 범위를 정하는 문제라면, 시사IN의 저널리즘은 반헌법 질서를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를 호칭에서부터 보여준 셈이다.

'윤석열의 주장도 전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허무맹랑한 질문이 여전히 언론계를 떠돈다. 당연히 책에선 윤석열과 그 변호인들 주장의 오류를 지적하면서 시민과 광장 그리고 국회와 헌재를 기록했다. 시사IN 기자들의 취재가 주간지 기사로 정리되고, 단행본으로 다듬어지면서 내란 이후 시민이 승리해가는 123일이 역사가 됐다.

광장 이후/ 신진욱·이재정·양승훈·이승윤 지음/ 문학동네 펴냄

응원봉 집회에서 2030 여성이 많았다는 언론보도는 분명 소수자에 대한 조명이었다. 제 몫을 잃은 이들이 자기 몫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다만 서부지법 폭동에 2030 남성이 많다는 이유로 이 세대의 여성은 합리적인 진보세력이고 이 세대 남성은 혐오를 기반해 극우화됐다는 지나친 일반화다.

'광장 이후'의 공동저자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책에서 “2030 남성 극우의 존재와 2030 남성의 극우화는 전혀 다르고, 극우화와 보수화는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과 “2030 남성이 보수화됐다고 보기 어렵고 이들이 보수화된 것으로 보이더라도 이는 10년간 누적된 진보 정치세력에 대한 불만의 표현이며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여전히 잠정적·유동적”(129쪽)이라고 진단한다.

'2030 남성은 보수화됐다'고 한번 규정되고 나면 그 프레임에 들어맞는 사례만 미디어에 조명되는 일이 반복된다. 2030 남성 중 극단적 모습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면서 다양한 2030 남성은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반면 지난 10년간 페미니즘 리부트와 박근혜 탄핵 집회 등을 지나오면서 2030 여성들은 정치적 주체로 자리잡았다. 결국 2030 남성은 좋은 말로 '스윙보터', 실상은 정치적으로 제대로 대변되지 못한 채 부유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의 정치환경에서 보수와 진보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다며 '2030 남성'을 보수화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대신 질문의 내용과 방향을 바꾼다. 진보정치가 2030 남성을 왜 조직화하지 못했는가? 2030 남성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을 수 없다면 청년에 대한 다른 분석이 필요하다.

이 책의 공동저자인 이승윤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분석한 불안정 노동(액화노동)에 처한 청년들의 삶과 이재정 윤석열퇴진을위해행동하는청년들 대표가 광장의 청년 1000명에 대한 연구가 광장 이후의 정치권의 과제가 될 것이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12·3 친위 쿠데타'가 남긴 교훈을 짚으며 광장과 대선 이후 한국 민주주의의 과제를 고민하게 한다. 참여연대 아카데미느티나무가 시민 강좌 프로그램을 기획해 연속강좌를 열었고 이를 기반으로 엮은 책이다.

▲ 다시 만난 민주주의(시사IN 편집국), 광장 이후(문학동네), 이토록 평범한 내가 광장의 빛을 만들때까지(롤링다이스) 책 표지

이토록 평범한 내가 광장의 빛을 만들 때까지/ 이유정 등 지음/ 롤링다이스 펴냄

내란 국면 광장은 다층적인 의미가 있지만 그럼에도 핵심은 2030 여성들의 목소리다. '이토록 평범한 내가 광장의 빛을 만들 때까지'는 직접 광장에 나온 9명의 여성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책 속 이유정의 이야기를 보면 회사에 응원봉을 가져갔던 날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오랫동안 '덕질'해온 가수의 콘서트가 있는 날이라 응원봉을 가방에 넣고 사무실에 갔는데 실수로 가방을 떨어뜨렸다. '쿵' 소리에 응원봉이 혹시 깨진 게 아닌지 확인하는 과정에서 회사 동료들은 응원봉을 보고 놀랐고, 그는 신기하다는 듯한 눈빛과 여러 질문을 받았다. 그 중 한 동료의 질문을 전했다. “이런 거 갖고 있는 사람은 되게 특이할 줄 알았는데, 그냥 똑같은 평범한 사람이네요.”

어쩌면 '응원봉 집회' 이전의 응원봉은 젊은 여성의 삶 그 자체이기도 했을 것이다. 결혼을 하면 하는대로, 안 하면 안 하는대로, 성적인 폭력에 노출되면 되는대로, 지금 노출되지 않았으면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함을 안고, 유난스럽다는 편견을 견뎌야 했다.

2030 여성들은 광장에서 '나처럼 응원봉을 든 사람들'을 만났고 더 이상 응원봉은 특별한 물건으로 취급받지 않게 됐다. 적어도 내란 국면 광장에서 2030 여성들이 최대 주주가 됐던 배경에는 강남역 살인사건과 미투 운동, 불법촬영과 낙태죄 폐지 관련 집회가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과 핫팩을 나누고 눈빛을 교환했던 그 '감각'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느끼기 어려운 '연대'와 '평화'의 경험이다.

파면 이후 정치권과 미디어가 2030 여성을 비롯해 소수자가 채웠던 광장을 지웠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이제는 흩어진 '응원봉'들의 생생한 증언과 연결될 수 있는 책이다. 책을 기획한 임소희씨는 “왜 젊은 여성들은 그렇게 삶이 버거워 죽고 싶어하면서도 앞장서서 광장에 모인 걸까”라고 물으며 “이 책을 통해 질문에 관한 답을 가늠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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