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기지개 켜는 정상외교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대통령과 대표단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 예정대로 내일 돌아간다.” 2024년 12월3일 방한 중이던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의 대변인이 자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선 윤석열 당시 대통령과 자파로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그리고 공식 오찬 행사가 열렸다. 그 뒤 몇 시간 만에 비상계엄이 선포됐으니 자파로프 대통령은 물론 그를 수행한 대표단 구성원이 얼마나 당황했겠는가.

크리스테르손 총리 본인은 스웨덴 매체에 “어젯밤 상황(비상계엄 선포) 이후 매우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며 “거의 모두와 마찬가지로 나도 이번 일에 매우 놀랐다”고 밝혔다. 그의 방한을 앞두고 한국·스웨덴 양국의 방위산업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한 국내 방산업계의 기대감은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후 8년 가까운 기간 동안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다. 서방 주요국 정상으로는 이례적이다. 프랑스 정부도 부담을 느꼈는지 2024년 9월 엘리제궁의 에마뉘엘 본 외교보좌관을 한국에 보냈다.

한국은 2022년부터 줄곧 파트너 국가 자격으로 참여해왔다. 6·3 대선으로 새 대통령이 취임함과 동시에 12·3 비상계엄 사태 후 7개월간 중단된 정상외교도 기지개를 켜는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G7 회의와 관련해 “지금 참석 여부를 판단할 때는 아니다”고 말했다. 시급한 국내 현안들의 처리가 우선이란 뜻이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해외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같은 나라에 외교는 곧 생명줄이나 다름없다는 점도 깊이 새겼으면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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