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 취업난, 무역전쟁 겹치며 심화 [차이나우]
홍콩 명문대학의 대학원에서 졸업을 앞둔 마케팅 전공자 제스로 천은 지난해 수십 통의 이력서를 중국 대형 IT·소비재 기업에 보냈지만 돌아온 건 정중한 거절 이메일뿐이었다. 홍콩 현지 인턴십도 번번이 고배를 마신 그는 결국 졸업을 미루기로 했다.
천씨는 수천만명에 이르는 고학력 중국 청년 중 한 사람이다.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겹치는 ‘퍼펙트 스톰’ 속에서 중국 기업들이 신입 채용을 대폭 줄이면서 젊은이들의 사회 진입 문턱이 유례없이 높아지고 있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안정적인 국유은행들도 채용을 크게 줄였다. 중국농업은행은 올해 4530명을 채용할 계획인데, 이는 지난해(1만4557명) 대비 68.9% 감소한 수치다. 중국공상은행은 47% 줄인 4506명을, 중국건설은행은 34.8% 줄어든 3567명을 각각 채용한다. 왕 디렉터는 “공공 부문이 명확히 축소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규직은 줄고, 임시직이나 플랫폼 노동만 남았다. 보수도 낮고 안정성도 없다”며 “지금의 문제는 단순한 실업이 아니라 일자리의 질이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중국의 고용시장에는 여러 악재가 겹쳤다. 부동산 경기 침체, 민간 기업의 인력 감축, 규제로 위축된 금융 산업, 소비자들의 지출 위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 와중에 미국의 대(對)중 수출 통제 강화와 관세 부활 논의까지 이어지며 중국 청년들의 진입 문턱은 한층 더 높아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같은 청년 실업이 ‘구조 전환의 필연적 부산물’이라고 분석했다. 기존의 건설업과 노동집약형 제조업 중심 성장 모델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제 모델로의 이행이 필요하지만, 과도기적 어려움이 따른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의 쉬톈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도 1990~2000년대 구조 전환기 동안 심각한 청년 실업을 겪었으며, 최근 들어서야 다시 구인난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유라시아그룹은 미·중 간 90일간의 관세 유예가 종료되면 대중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이 40~65% 수준까지 치솟고, 이 경우 약 700만개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비디오게임, 숏폼 콘텐츠, 통신·데이터 서비스 등 서비스 수출이 늘면서 실제 고용 타격은 400만 개 수준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기술 분야는 예외다. 기술 산업은 여전히 중국 일자리 창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성공 이후 관련 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고,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로 인한 국산 대체 정책의 수혜를 입는 IT 업계에서도 채용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의료 분야도 고령화에 따른 수요 증가로 채용 여력이 늘었다. 특히 AI 관련 기술을 보유한 인재에 대한 수요가 높다. 중국 구직 플랫폼 자오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로봇 알고리즘 엔지니어 채용 공고는 전년 대비 36%, 알고리즘 엔지니어는 44%, 머신러닝 관련 직무는 18%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AI와 무관한 전공자들은 여전히 경쟁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베이징의 싱크탱크 안바운드의 천리 연구원은 “올해 여름은 지난해보다도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업률은 높아졌고 졸업생 숫자도 늘었지만, 기업의 수요는 줄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고등교육과 산업 수요 간의 괴리는 해소되지 않았고, 산업 고도화는 더 빨라지고 있다”며 “졸업생 대부분은 여전히 전통 산업군으로 쏠리고 있지만, 이 부문들은 AI와 ‘신품질 생산력’ 확산으로 점차 사라지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천 연구원은 중국 기업의 글로벌화 흐름 속에서 일부 졸업생들이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대부분은 임금 기대치를 낮추거나 복지 혜택이 줄어든 조건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는 결국 젊은층의 불안과 우울을 키우고 가족 관계에도 긴장을 초래하며, 더 나아가 사회 안정성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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