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국가대표 상비군에서 6년째 멜론 재배 중인 청년 농부 [귀농귀촌애]
싸이클 국가대표 상비군에서 7년째 멜론 재배.
2019년 전남 나주로 귀농한 우주농장 이승용 대표의 이력서다. 30℃를 오르내리던 5월 29일 그는 비닐하우스에서 멜론 수확에 구슬땀을 흘렸다. 비닐하우스 안의 온도는 35℃가 넘어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절로 날 정도로 찜통이었다. “이젠 이 정도 더위는 괜찮아요” 그는 아무렇지도 않는 듯 수확을 앞둔 멜론의 넷(껍질의 무늬) 상태를 한개씩 확인했다. 2m 높이의 멜론 나무에는 수박 크기의 멜론이 하나씩만 달려있다. 멜론 껍질의 무늬가 네트처럼 고르고 선명하게 나온 것은 상품이다. “상품이 많이 나와 다행예요” 최고 상품을 만들기위해 지난 몇 달간 흘린 땀을 보상이라도 받는 것처럼 기뻐했다.

이 대표는 자전거 수입·판매 회사에 입사했다. “영업할 때 싸이클을 타고 다녔어요” 이 대표는 서울과 경기 수도권의 자전거 동아리를 다니면서 이처럼 눈에 띄는 영업을 했다. 싸이클을 잘 알고 친화력도 좋아 판매왕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자신에게 주는 휴식기간이 필요했다. 무역업을 하고 싶은 이대표는 아이템 발굴과 시장조사를 하기위해 말레시아로 떠났다. 2년간 말레이시아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재충전의 기회로 가졌다.
2019년 1월, 그는 인생을 바꾸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멜론 농사가 힘들어 더 이상 짓지 못하겠다”는 어머니의 하소연이었다. 결국 동네 사람한테 임대를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마음이 아팠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멜론 재배 1세다. 이 대표의 부모는 35년 전인 1990년 마을 사람들과 처음으로 논에 멜론을 재배했다. 이 멜론 농사로 자녀들 학교를 보내고 가계를 꾸려왔다. 이 대표 가족에겐 멜론이 ‘효자 자식‘이다. 아버지가 먼저 돌아가시면서 어머니 혼자 멜론 재배를 해왔는데 이제 더 이상 힘에 겨워 지지 못하는 한계 상황에 다다른 것이다.
이 대표의 고향 나주 세지면은 멜론으로 유명하다. 세지면의 70여 멜론 농가가 매년 200억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겨울에 비닐하우스로 멜론을 생산하는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겨울 생산량은 세지에서 전국 물량의 80%를 생산하고 있다.

이 대표는 2019년 1월 말레이시아에서 짐을 싸서 고향 마을로 돌아왔다. 이 대표는 부모의 멜론 재배를 이어 받았다. 다행이 정부 주관의 제2기 청년창업농에 선정됐다. 처음엔 어머니 혼자 짓던 400평짜리 비닐하우스 6동의 멜론 재배를 도왔다. 하지만 멜론 재배는 쉽지않았다. “멜론은 물과 온도에 아주 민감해요” 비닐 하우스의 야간 온도를 18∼20℃로 유지하고 주간에는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 물도 땅의 습도를 보면서 적당히 줘야 한다. 물과 온도가 맞지않으면 멜론을 수확해도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진다. 제 가격을 받지 못해 헛농사를 짓게된다. 이 대표는 당시 세지멜론연합회 총무인 이진섭씨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총무는 1년 365일 멜론 농사를 위해 날마다 어떤 일을 해야 되는지 기록한 ‘족보’를 가지고 있었다. 이 족보를 보고 그는 멜론 재배의 실패를 크게 줄였다.
어느 정도 멜론재배 기술을 익힌 이 대표는 비닐하우스 3동을 새로 지었다. 그가 귀농한 후 멜론 재배 비닐하우스는 9동으로 늘어나 4000평이 넘었다. 재배 면적으로 보면 세지면에서 손꼽을 정도로 넓다. 하지만 걱정도 늘었다. 인건비와 전기요금, 관리비 등이 만만찮게 들기때문이다. “비닐하우스 온도 유지를 위해서 트는 온풍기의 전기요금이 매월 2000만원이 넘어요” 겨울에는 날씨가 추울땐 전기요금이 이보다 훨씬 많이 나온다. 비닐하우스 관리를 위해서 1년 내내 외국인 근로자 2∼3명이 상시 근무한다. 멜론을 정식하고 순따기를 할 때도 외국인의 손길이 필요하다.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인건비를 감당하기에 버겁울 정도다.
청년 이 대표에게도 귀농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도시와 달리 농업은 자연과 기후의 흐름에 따라 생활해야 한다. 때문에 이 대표는 계절마다 바뀌는 작업과 작물의 생장 속도에 맞춰 생활을 하고 있다. 귀농 초기 선충으로 비닐하우스 1동의 멜론을 다 뽑아내야 하는 피해를 겪었다. 농장의 쉼터와 창고로 쓰던 곳에 화재가 나서 모든 것이 타버리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청년농부 이 대표는 귀농 후 스마트 관개 시스템과 온실 환경 자동제어 시스템을 도입했다. 농업에 데이터 기반과 기술을 접목한 것이다. 작물 생육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생육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료량과 수분 공급을 조절하는 ‘IT 농업 프로젝트’로 바꿨다.
“귀농을 후회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오히려 늦게 귀농한 것을 후회한다고 답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청년창업농에 선정돼 농사로 군 복무를 대신했을 수도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이 대표는 부모에 이어 멜론 재배 2세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까다롭고 예민한 멜론 재배 방법을 부모와 마을사람들에게 전수받아 시행착오를 크게 줄였다고 했다.

이 대표의 멜론 매출은 한 해 6억∼8억원이다. 비용을 뺀 순이익을 보면 직장인보다 훨씬 많은 연봉이다.
이 대표는 예비귀농인에게 사전에 어떤 작물을 재배할 것인지를 먼저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작목을 선정했다면 반드시 멘토를 만나 현장에서 직접 실습을 해보라고 권유했다. 그도 예비 귀농인을 대상으로 멜론 재배의 멘토를 하고 있다. 농촌생활의 현실은 미디어에 나오는 낭만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현장 답사와 작물에 대한 이해, 농가 수익 구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단기간 수익보다는 중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최소한 2~3년은 준비 기간으로 삼을 것을 권장했다.
“농업의 기술을 접목하는 준비도 중요하죠”
그는 작물의 생육 데이터를 기록하고 분석할 때 생산량이 늘고 품질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그는 또 농산물 브랜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단순히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생산하고, 어떤 가치로 키웠는지’에 대한 스토리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신뢰를 줄 수 있어서다.
그는 귀농해도 지역사회에서 사회활동을 열심히 하라고 당부했다. 그는 나주시체육회 이사와 전남 4-H연합회 대의원, 한국농업경영인 나주시연합회 사무처장을 지냈다. 귀농과 농사도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많은 정보를 교류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나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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