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Z’의 세계] 선거는 끝나가고 쓰레기는 쌓여간다

김영희 2025. 5. 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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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한차례당 폐현수막 1000t ‘훌쩍’
비닐 계열 재질… 자연 분해 수백년 소요
일부지역 앞치마·장바구니 재사용 움직임
전문가, 친환경 현수막 사용 등 법 개정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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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겪었고 한겨울 하루아침에 폭설이 내리는 등 우리는 이미 기후변화의 악몽에 시달리며, 그 불편함은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 시대에 탄소 배출을 줄이고 환경파괴를 막고 친환경 에너지를 이용하자고 숙제처럼 말한다.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벌써 환경(Environmental)과 사회(Social) 구조에 관심이 많아진 Z세대들은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하고 있다. 각자의 위치에서 실천 가능한 기후행동 방법을 소개하고,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부터 먼 곳까지 기후 관련 이슈를 살펴본다.

 

▲ 제21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후보들의 강원지역 방문이 예정된 가운데 지난 22일 춘천 후평동 도로변에 지역현안을 담은 공약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김정호 기자

21대 대선 사전투표가 끝났다. 그동안 ‘누굴 뽑아야 할까?’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바로 도심 곳곳에 걸린 후보자들의 얼굴과 이름, 슬로건이 적힌 현수막들이다.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반복되는 풍경이지만 선거가 끝나면 이 현수막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적이 드물다. 유권자들의 선택을 돕던 이 천조각들은 ‘쓰레기’가 돼 다시 우리 환경에 되돌아온다.

 

◼︎ 기후 위기 시대, 선거 현수막이 남기는 환경 발자국
선거는 민주주의의 축제라고들 한다. 하지만 그 뒤에 남는 홍보물 쓰레기 문제는 환경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대통령 선거는 전국 단위 대형 선거로, 후보자가 정당별, 지역별로 수천 개 이상의 현수막을 설치한다. 강원도만 해도 도심 주요 도로, 오거리, 주택가 담벼락 등에서 쉽게 선거용 현수막을 볼 수 있다.

최근 선거 때 발생한 폐현수막 양을 보면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당시 1557t(약 260만 장), 대통령선거 당시 1111t, 2020년 21대 국회의원선거 때 1739t 등이었다. 이 3개 선거 때 수거된 폐현수막 재활용률은 모두 25%에 못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선에서 발생할 폐현수막의 양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이들 대부분은 폴리에스터(PET)나 합성섬유 등 비닐 계열의 재질로 제작된다. 내구성과 색상 표현에는 유리하지만, 재활용이 어렵고 자연분해에는 수백 년이 걸린다고 한다. 결국 소각되거나 매립되는 운명을 피하기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설치 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선거운동이 끝나면 법적으로도 현수막을 신속히 철거해야 한다. 그 많은 양의 현수막의 사용 기간은 고작 2주 남짓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뒤에 남는 환경 부담은 장기적이다. 대략적으로 계산해도 수천 배에 달하는 기간이 소요된다.

 

▲ 지난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원주 태장1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수거된 현수막을 ‘장바구니’와 ‘앞치마’, 나눔봉사에 쓸 ‘도시락가방’으로 재탄생시켰다.
▲ 한국자유총연맹 양양군지회(회장 김연길)는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활용해 ‘침수방지용 모래주머니’를 제작하고 나눔까지 실천했다.

◼︎ 지역에서 실천되는 ‘현수막 업사이클링’
이러한 문제의식을 반영해, 일부 지역에서는 선거 현수막을 수거해 다른 용도로 재활용하는 움직임도 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이후 원주 태장1동 주민자치위원회는 수거된 현수막을 ‘장바구니’와 ‘앞치마’, 나눔봉사에 쓸 ‘도시락가방’으로 재탄생시켰다. 또한 원주시는 폐현수막으로 만든 자루를 낙엽 수거용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다. 겉면이 매끄러워 낙엽을 담거나 쏟기에 용이한 데다 일반 자루보다 질겨 얼마든지 재사용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여기에 매년 200만개의 불법현수막을 처리하는데 소요되는 페기물처리비용을 절감하고 환경오염 예방 효과까지 있어 폐현수막 활용의 효자 아이디어로 주목받았다.

또 지난달 한국자유총연맹 양양군지회(회장 김연길)는 매년 겪고 있는 여름철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버려지는 폐현수막을 활용해 ‘침수방지용 모래주머니’를 제작하고 나눔까지 실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유총연맹과 군자원봉사센터(센터장 최윤선), 양양펜션민박협회(회장 고완수) 회원 등 70여 명은 21·22일 이틀간 양양읍 내곡리 제설대응 전진기지에서 ‘침수방지용 모래주머니’ 3000여개를 만들어 6개 읍·면에 각 500개 씩 배부했다.

이같은 지역 주민 중심의 사회단체들의 활동은 단순한 쓰레기 처리의 개념을 넘어, 기후 위기 시대의 새로운 자원 순환 모델로 주목해야 한다. 버려지는 선거 자재를 창의적 제품으로 바꾸는 일은 환경 보호는 물론, 시민들의 인식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한다.

◼︎ 제도적 대안은 없을까
선거관리위원회는 현재 현수막 수량, 크기, 게시 위치 등을 규제하고 있지만, 재활용이나 친환경 제작 방식에 대한 의무 기준은 거의 전무하다. 일부 정당이나 후보자들이 재활용 가능한 소재를 쓰거나 재사용 캠페인을 벌이기도 하지만, 법적 의무는 아니다.

전문가들은 선거법의 개정을 통해 친환경 재질의 현수막 사용 유도, 선거 이후의 수거 및 재활용 계획 사전 제출, 공공기관과 연계한 업사이클링 프로그램 마련 등을 제안하고 있다. 특히 지자체 차원의 ‘선거 현수막 재활용 조례’를 마련해 시민단체나 사회적기업과 연계하는 것도 지속가능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친환경선거유권자운동본부가 제안한 선거 점퍼 등 의류는 선거 이후에도 사용토록 이름과 기호를 탈·부착 가능하게 제작·사용한다거나 현수막 및 어깨띠 등을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제작, 사용 후 재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거나 선거벽보, 공보물, 명함 등은 무비닐코팅 및 재생용지 사용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을 해봐야 할 때가 왔다.

민주주의를 위한 도구가 환경을 해쳐선 안 된다. 한 장의 현수막은 한 표보다 가볍지만, 지구에는 더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알고 있고 그들에게 묻는다. “다음 선거엔 좀 더 책임 있는 풍경이 가능하지 않을까?”

이제는 선거도, 환경도,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책임’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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