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율 ‘상승’ 이끄는 전자담배…새 금연정책 필요 [건강한겨레]

한겨레 2025. 5. 3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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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rgb(0, 184, 177);">통계로 보는 건강</span> | 조병희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한국 사회는 2000년대 이후 흡연율이 급격하게 감소했지만, 최근 그 추세가 둔화하고 있다. 전자담배를 포함한다면 오히려 흡연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어 새로운 금연정책이 요구된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통계에 따르면 1998년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흡연율이 66.3%였다. 성인 남자 대다수가 흡연했다.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이후 흡연율이 급격하게 감소했고 2022년에 성인 남자 흡연율이 30%까지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여성 흡연율은 6.5%에서 5.0%로 감소했다. 그런데 흡연율 감소세는 둔화하여 최근에는 매년 약 1%포인트 정도 낮아지고 있다.

국제적 수준에서 볼 때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흡연율이 13.8%인데 한국은 14.7%로 약간 높다. 미국과 영국, 스웨덴과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쪽에 있는 나라들이 흡연율이 낮고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이 높은 편이다.

국가에 따라 흡연에 대한 사회적 관용도가 다르고 금연 정책의 강도도 달라서 생긴 결과이다. 공공장소 실내 금연은 대부분 국가에서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공원이나 건물 입구 근처와 같은 실외 흡연도 금지하는 반면 프랑스 등은 ‘하늘이 보이는 곳에서는’ 자유롭게 흡연한다.

흡연율이 낮은 국가들은 대체로 남녀 간 흡연율 차이가 작다. 노르웨이는 남녀 모두 8%다. 미국도 남자 9.9%, 여자 7.9%로 흡연율 차이가 2%포인트에 불과하다. 반면 흡연율이 높은 나라는 남녀 간 차이가 큰 경향이 있다. 이탈리아는 남자 24.1%인데 여자는 15.8%로 8.3%포인트 차이가 난다. 한국은 그 차이가 훨씬 크다. OECD 통계에 의하면 2022년 한국 남자 흡연율은 25.8%고 여성은 3.7%로 그 차이가 22.1%포인트나 된다. 여성 흡연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가부장적 가치관이 한국에서 유독 강하게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앞선 국내 흡연 통계와 OECD 통계의 차이는 흡연 기준의 차이로 인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금연에 성공하고 있는가? 최근 통계를 보면 다소 걱정도 된다. 2023년에 흡연율이 남자 32.3%, 여자 6.3%로 전년보다 상승했다. 이것이 일시적 현상인지는 불확실하다. 과거에도 한 해씩 증가했다가 다시 감소한 바 있다.

그런데 더 우려되는 것은 전자담배의 확산이다. 2023년 전자담배 사용률은 8.1%로 2019년 대비 3%포인트가 늘었다. 전자담배도 니코틴을 포함해 덜 해롭다고 보기도 어렵다. 니코틴 중독자들이 일시에 금연하기 어려워서 중간 단계로 낮은 도수의 니코틴을 함유한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처럼 이용해 서서히 금연에 다다르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기도 하다.

그런데 아직 담배에 중독되지 않은 젊은이들이 전자담배가 궐련 담배보다 멋지게 디자인됐고, 향이나 맛과 색을 취향대로 조절할 수 있으며, 관리가 편해 이를 시대적 유행으로 받아들이면서 전자담배 사용이 계속 증가세를 보이는 것 같다. 궐련에 소극적이던 여성들도 전자담배에는 이끌리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전자담배 사용은 공식 흡연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만일 전자담배 사용을 흡연율에 포함한다면 우리나라 흡연율은 감소세가 아니라 증가세라 할 수 있다.

그동안 금연 정책은 담배의 해악과 위해성을 알리고 흡연자들이 이를 인식해 금연을 결단하도록 동기화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전자담배의 확산은 금연 정책이 보완돼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궐련 담배는 흡연자들이 동일한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었지만, 전자담배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제품 디자인을 달리 선택할 수 있게 만들어서 개별화를 추구하는 세대의 흐름을 겨냥하고 있다. 이러한 담배회사의 시장전략을 넘어설 수 있는 새로운 금연정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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