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식으로 변주한 젊은 셰프의 북경오리, 고량주보다 생맥이 더 궁합

2025. 5. 31.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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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리의 핫 플레이스
사진1
중국 요리를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인 북경오리는 예부터 황제의 요리이자 귀한 손님을 대접할 때 즐겼던 음식이다. 귀한 식재료에 조리 방법도 복잡하다 보니 국내에서도 주로 호텔이나 고급 중식당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이를 젊은 셰프들의 손길로 보다 편하게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연남동에 위치한 ‘고덕’(사진1)은 홍콩의 어느 뒷골목이 떠오르는 경쾌한 분위기의 광둥식 중식당이다. 국내 여러 특급 호텔 중식당을 거친 장영조·안태검 셰프가 함께 다양한 광둥요리를 합리적인 가격대로 맛볼 수 있는 캐주얼한 중식당을 열었다.
사진2
고덕의 북경오리(사진2, 1마리 8만원)는 만드는 방식도 맛도 조금 특별하다. 전통적인 중국식 조리법은 손질한 오리 껍질과 육질 사이에 공기를 주입한 다음 여러 번의 숙성과 건조를 거쳐 천천히 구워내는 것이다. 반면 고덕에서는 국산 오리에 자체 양념을 발라 며칠 간 생고기 상태 그대로 숙성한 후 곧바로 구워낸다. 덕분에 진한 갈색을 띠며 반들반들 윤이 나는 껍질은 튀긴 누룽지처럼 바삭하고, 분홍빛 살코기는 육즙도 가득하고 한결 촉촉하며 부드럽다. “중국 오리와 한국 오리는 껍질 두께도 육질 질감도 전혀 달라요. 전통적인 방식에 비해 조리 방법은 간소화하되 구워져 나왔을 때 훨씬 바삭하고 촉촉한 것이 저희 북경오리의 특징입니다.”

고덕에서 소개하는 북경오리를 맛있게 즐기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먼저 얇게 자른 바삭한 오리 껍질을 설탕에 찍어 먹는다. 숙성 과정에서 오리 껍질 속에 응축된 짭조름한 감칠맛이 설탕의 단맛과 만나 기분 좋게 단짠 풍미를 끌어올린다. 부드러운 살코기는 따뜻한 밀전병 위에 파·오이채와 함께 올린 후 기호에 따라 중국 된장과 참깨를 섞은 소스를 넣어 먹는다. 먹고 남은 싱싱한 오리 뼈는 볶음이나 탕으로도 즐길 수 있다.

“북경오리와 시원한 생맥주를 같이 드셔 보세요. 중국 요리라고 하면 보통 고량주를 먼저 떠올리지만 고소하고 느끼한 오리와 청량한 맥주가 깔끔하게 어우러집니다.”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셰프답게 페어링에도 자유롭다. 오리 외에 다양한 광둥식 단품 요리들도 추천한다. 돼지고기를 부드럽게 수비드해 익힌 다음 얇게 썬 오이와 돌돌 말아 직접 만든 마라 소스를 곁들인 삼겹살 냉채(1만4000원), 부드럽게 찐 쌀 반죽에 새우와 바삭한 마늘 튀김의 식감이 조화로운 창펀(1만2000원)도 별미다.

글 이나리 출판기획자, 사진 김태훈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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