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감·불안·사회적 편견…암 생존자 80% 일상 복귀 못 해
정소연의 즐거운 건강

2024년 발표된 국가암등록통계 자료에 따르면 한국인의 평생 암 발병률은 남성 5명 중 2명, 여성은 3명 중 1명에 해당하고, 5년 상대 생존율은 72.9%에 이른다(그림). 그 결과 암 유병자수, 즉 암을 진단받고 치료받으며 생존한 환자의 수가 250만 명(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이 넘어 말 그대로 ‘암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가 되었다.
‘암’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죽음과 직결되곤 한다. 다만 의학의 발전, 조기진단의 확대,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등 치료기술의 향상, 국가적 관심과 지원은 암을 ‘극복 가능한 질환’으로 바꿔놓았고, 그 결과 암 치료를 마치고 전이 재발이 없는 암 환자들에게는 ‘암 생존자’라는 또 다른 이름이 붙게 되었다.
5년 생존율 73%…암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
하지만 암 생존자의 삶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고통이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전히 암의 재발과 전이, 그리고 또 다른 암(이차암)에 대한 불안이 있고 암 치료를 목적으로 받았던 다양한 치료들이 낳은 후유증-만성 피로, 인지 저하, 신체 기능 저하 (심장독성, 신경독성), 불안과 우울 등-을 겪기도 하며 다시 가정과 사회로 복귀하는 과정도 쉽지 않다.

사회적인 편견도 있었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암 생존자는 스트레스가 재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든지 아프기 전처럼 정상적인 역할을 못할 것이라고 여기곤 했다. 결혼을 앞뒀던 암 생존자가 출산이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로 파혼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게 목격한다. 암 생존자 스스로도 치료를 종료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환자로 지내려한다거나 자신에 대한 이미지 왜곡 또는 자신감 상실로 인해 사회 복귀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국립암센터와 함께 ‘암 관리 종합계획’ 안에 암 생존자 관리에 대한 부분까지를 포함하여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의 하나로 중앙암생존자통합지지센터 및 권역 암 생존자 통합지지센터를 지정·지원하여, 암 생존자의 신체·정신건강 평가, 영양·운동·심리상담, 사회 복귀를 위한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암 생존자들의 올바른 자의식 및 자신감 찾기가 필요하다. 이미 급성기 치료를 마치고 재발, 전이가 없음에도 요양병원에서 환자로서 장기 입원 생활하며 지낸다거나,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고가의 건강보조식품을 맹신하여 구매한다거나 과용하지 말기를 당부드린다. 또한 스스로를 암을 잘 이겨낸, 암 치료를 꿋꿋이 받은 용감한 전사 (warrior)로서 칭찬하고 사랑해주길 전하고 싶다.
몇 년 전 암 생존자 기념행사에서 암 생존자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재능기부를 한 적이 있다. 상당수의 암 생존자와 그 가족들이 마지막 사진 또는 영정 사진이 될까 봐, 초라해 보일까 봐 암 진단 후 사진을 한 번도 못 찍었다고 했다. 그날 찍힌 사진 속 자신이, 배우자가, 가족이 이렇게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줄 몰랐다 하면서 눈물 보인 분들이 있었다.
효과 입증 안 된 건강보조식품 맹신 말아야
암 생존자의 삶은 고립이 아닌, 배려와 협력 속에서 더 나은 방향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족·직장·사회 및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암 생존자 스스로도 나를 향해 어떤 시선을 보내고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암 생존자들은 암의 공포 못지않게 삶의 소중함을 잘 알고 있는 이들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호흡하고, 그들이 다시 사회의 중심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손을 내미는 것이 진정 건강한 사회로 ‘회복’의 시작이다.
6월을 맞이하며 돌아보자. 나는 암 생존자인가. 또는 내 주위에 암 생존자가 있는가. 그렇다면 나는, 그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치료 후 ‘생존’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도록, 이제는 모두가 함께 살피고 노력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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