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티켓팅 없이는 좋은 자리 잡을 수 없어요"…팬심 악용한 업자들 판친다

김민아 2025. 5. 30.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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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공연법 시행 중이지만 유명무실한 상황
암표부터 대리·아이디 옮기기까지 수법 교묘
수요 증가에 수고비는 100만원대까지 올라
부정 예매 방지 위해 추첨제·본인인증 강화
수고비 먹튀·플미 되팔기 등 사기피해 속출
공급자 처벌 강화·소비자 인식 개선 이뤄져야

"직접하면 포도알(좌석)을 보지도 못하는데 무대와 최대한 가까운 자리를 잡아주니까 계속 맡길 수밖에 없어요."

인천에 거주하는 인기 아이돌 모 그룹의 14년 차 팬인 최 모 씨(33)는 공연 일정이 잡히면 대리티켓팅 업자에게 의뢰를 맡긴다. 업자들이 좋은 자리를 다 쓸어가 직접 할 경우 원하는 자리는커녕 매진된 예매 창만 볼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티켓값에 수고비까지 더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지만 아티스트를 가까이 보고 싶은 마음에 얼마가 되든 값을 지불한다. 수고비는 업자마다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자리를 보장해주니 팬 입장에서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대리티켓팅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팬심, 간절함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암표상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단순히 웃돈을 얹어 파는 방식에서 대리티켓팅, 아이디옮기기(아옮) 등 단속의 눈을 피해 그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사진=중부일보DB

팬심, 간절함을 돈벌이 수단으로 악용하는 암표상들이 활개 치고 있다. 단순히 웃돈을 얹어 파는 방식에서 대리티켓팅, 아이디옮기기(아옮) 등 단속의 눈을 피해 그 수법은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 더욱이 대리티켓팅 업자들이 조직화, 기업화되면서 대리 없이는 티켓을 잡을 수 없는 상황까지 내몰리고 있다.

29일 X(구 트위터)를 살펴보면 '대리티켓팅''아옮'을 해준다는 게시글을 쉽게 볼 수 있다. 대리티켓팅은 업자가 수고비를 받고 구매자 아이디로 대신 티켓팅을 하는 방식이며, '아이디 옮기기'는 업자가 예매한 티켓을 웃돈을 주고 구매자 아이디로 옮기는 방식이다.

암표 근절을 위해 지난해 3월 공연법이 개정돼 시행 중이지만 업자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대리티켓팅''아옮'같은 꼼수를 부리고 있다. 개정 공연법 제4조 2항을 보면 정보통신망에 지정된 명령을 자동으로 반복 입력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 등을 부정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부정 티켓팅 방식은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고, 수요가 늘면서 금액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비용은 업체마다 다르지만 최소 1만 원에서 최대 100만 원대로 구성된다. 잘 잡는다고 소문난 업체의 경우 원하는 구매자가 많아 애초에 높은 금액대에서 시작하지만 빠르게 마감된다.

실제 취재진이 A 업자에게 대리티켓팅을 의뢰해보니 "20만 원부터 시작하며, 구역을 지정하면 가격이 더 올라간다"고 답했다. B 업자는 "정액제가 아닌 제시다. 구역을 정하고 금액을 제시해달라. 가격이 낮으면 진행하지 않는다"라고 잘라 말했다.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자 앞서 기획사와 공연계는 매크로, 업자 등을 걸러내기 위해 선예매, 추첨제, 본인인증 강화 등 여러 방안을 도입했다. 예매처도 부정 예매를 막기 위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YES24 티켓은 아이디 옮기기를 전면 금지했고, NOL 티켓(구 인터파크티켓)은 부정 예매를 방지하기 위해 본인인증 후 티켓팅이 가능하게 정책을 변경했다. 최근에는 동시접속을 막고, 자리 7분 선점 등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x(트위터)에 올라온 대리티켓팅 성공후기들. 사진=X캡처

그러나 일부 기획사에서 도입한 추첨제는 암표값 상승의 요인이 됐고, 입장 절차 강화는 대리티켓팅, 아옮이라는 진화된 암표 판매 방식을 낳았다. 팬클럽 선예매의 경우도 누구나 가입 가능해 업자를 잡아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NOL티켓에서 예매한 전 모씨는 "컴퓨터, 핸드폰 둘 중에 하나만 접속이 가능해 팬클럽 아이디를 한 개 더 가입해 대리업자에게 맡겼다"며 "암표 잡겠다고 하는게 팬들만 더 잡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를 악용한 사기 피해도 이어지고 있다. 선입금을 받고 잠적 하거나, 좋지 않은 자리를 잡고 수고비를 편취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 의뢰자 표 외에 여러장을 예매한 뒤 웃돈을 얹어 구매자에게 되팔기도 한다.

C 대리티켓팅 업체는 중부일보에 "대리라고 해서 완전히 잡는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패할 수도 있다"며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팬들은 의뢰를 한다. 이는 팬들의 선택일 뿐"이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암표상 처벌 강화와 함께 공연주최자들의 노력, 소비자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속이 어렵고, 팬덤 내 하나의 문화로 자리를 잡아 근절이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지만 구매하지 않는다면 자연스레 시장이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오상 전남대 로스쿨 교수는 "부정 예매로 의심되는 경우 공연업계가 전체 취소를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수요가 존재해야 공급이 있으므로 티켓 확보 의뢰를 하지 않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도 "매년 사기 피해는 발생하고 있는데 현행법은 처벌 수위가 너무 약하다. 처벌이 강화되면 공급자들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며 "또 SNS나 중고거래사이트 등 온라인에서 암표를 구하기가 너무 쉬운 것도 문제다. 이를 제도적으로 구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소비자들이 바람직한 소비 행동에 대한 기본 인식이 부족하다. 암표는 기본적인 거래 질서를 해치는 행위"라면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이를 구매하고 있다. 내가 잡았다가 실패 하면 포기할 줄도 알아야 시장 질서가 바로 잡힐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암표, 대리티켓팅 등으로 인한 피해가 이어지면서 이재명 대선 후보는 티켓팅 시스템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며 매크로 사용한 티켓 판매 금지, 수익 몰수 등 암표상 처벌 강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김민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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