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홍콩에 국제 분쟁해결기구 ‘국제조정원’ 창립…“ICJ와 대등”

중국이 국가 간 분쟁 및 국제 투자분쟁 조정 기구인 ‘국제조정원’을 홍콩에 설립했다. 자국 주도의 국제기구를 통해 ‘다극적 세계질서’를 추진하고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30일 홍콩에서 국제조정원 협약식이 열렸다. 총 32개국이 창립 회원국이 됐다. 회원국 외에도 아시아·아프리카·남미·유럽 등의 60개국과 국제기구에서 온 고위대표가 협약식을 지켜봤다고 펑파이신문이 전했다.
중국은 왕이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협약식 연설에서 국제조정원은 설립 목적은 유엔 헌장의 정신을 실천해 국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며 특히 투자자 보호 등 상사분쟁 해결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국제조정원 본부를 홍콩에 둔 것과 관련해 “홍콩 반환 자체가 국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한 성공사례이며 ‘일국양제’를 통해 홍콩은 더욱 밝은 번영과 안정의 전망을 보여줬다”며 “국제조정원 설립은 더 조화로운 국제관계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2022년부터 20여개국과 함께 국제중재기구 설립을 추진해 왔다. 기존 분쟁해결 기구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유엔 산하 국제사법재판소(ICJ)와 국제상설중재법원(PCA)이 있다. PCA는 2016년 필리핀이 제소한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소송에서 중국 측이 일방 선포한 ‘구단선’이 국제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한 기관이다.
국제조정원은 조정으로 분쟁을 처리한다. 중국 정부는 조정은 기존 국제 분쟁해결기구가 다루는 소송과 달리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고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이 접근하기 쉽다고 주장해 왔다. 일대일로 사업을 계기로 중국 기업의 해외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중국은 신흥·개도국 파트너와 상사분쟁 해결 절차의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서방과 마찬가지로 국제기구 설립을 주도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존 리 홍콩 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은 지난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국제조정원은 ICJ 등과 동등한 존재가 된다”고 말했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의 부총리 겸 외교장관은 “(중국 주도의) 아시아 인프라 투자 은행(AIIB)을 상기시키는 획기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국제조정원 창립 회원국은 일대일로에 참여하는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가 두드러졌다. 중국 해군기지가 있는 지부티, 중국 기업들이 리튬 광산 등에 활발하게 진출한 콩고민주공화국, 전통적 우방국 쿠바 등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캄보디아, 라오스, 동티모르, 파키스탄이 참여했다.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필리핀은 참여하지 않았다.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구단선’ 분쟁에서 PCA의 판결에 불복한 영향으로 보인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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