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좋아요 누르기 겁나”…미국 유학 중국 학생들 ‘비자 취소’ 공포

“사람들이 소셜미디어에서 잘못된 것에 ‘좋아요’를 누르진 않을까, 심지어는 속도위반 딱지를 받지 않을까 걱정해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에 다니는 엘(24)은 뉴욕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2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공세적 비자 취소 계획에 중국 유학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보복을 우려해 신원을 밝히지 않은 유학생 20여명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미국 대학 유학생들 사이에서 비자가 취소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나가고 있다고 전했다.
엘은 “이런 작은 일이 미국에서의 모든 고된 노력과 시간을 수포로 돌릴 수 있기 때문”이라며 “3월과 4월에만도 우리 대학서 6명의 유학생들의 비자가 취소됐어요. 다음은 자기 차례가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전날 성명을 내고 “중국 공산당과 연계됐거나, 핵심 분야를 공부 중인 학생들을 포함한 중국 유학생들에 대해 비자를 적극적으로 취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있는 27만7000명의 중국인 유학생들의 미래가 순식간에 짙은 안갯속에 빠졌다.
펜실베이니아주에 살며 물리학을 전공한 테일러(23)는 올여름 중국에 있는 가족을 방문할 계획이었지만, 교수와 친구들이 ‘지금 미국을 떠나면 돌아오지 못할 수 있다’고 만류해 포기했다. 그는 “대다수 학생은 어떤 정치적 사안과도 관련이 없어요. 우린 대부분 중국 중산층 출신입니다”라고 말했다.
컬럼비아대학에서 학사를 마친 잭(22)은 5년이 걸릴 박사 과정에 지원하려던 계획을 접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했다. 대신 캐나다와 유럽 또는 홍콩 쪽으로 알아봐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루비오 장관의 발언을 두고 “그 ‘공세적’(aggressively)이란 단어가 정말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약 6500명의 중국인 유학생이 등록한 이 학교에서 인터뷰에 응한 몇몇 중국인 유학생들은 자신의 영어 이름으로만 인용해달라고 요구했다. 미국 당국의 보복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만난 토니(19)는 남부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움과 여름 학기 중에 만난 교수진에 푹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중국에서 극도의 학업 경쟁을 거친 대한 보상으로 느껴진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냐’라는 질문에 “무엇보다도 ‘나는 스파이가 아니다’라고 말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교수들도 속속 유학생들의 편에 섰다.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 대학 교수는 이날 아르헨티나 언론 라나시온과 인터뷰에서 “권위주의 정부는 사회적 영향력이 강한 대학을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며 “어떤 외국인 학생도 받지 않는 건 북한에서나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로 한국서도 유명하다.
앨런 가버 하버드대 총장이 이날 열린 졸업식 축사에서 “2025년 졸업생 여러분, 근처에서 왔든, 전국 곳곳에서 왔든, 세계 각지에서 왔든, 모두 사고의 지평을 넓히고 그 과정에서 생각을 바꿀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라고 말하자, 졸업생들은 오랜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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