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R&D 지원, 해법은 따로…李 “정부 주도 메가펀드” vs 金 “법차손 규제 완화”
李·金 “신약 개발 지원 강화, 약가제도 개편”
李 “정부 주도 투자 확대” 金 “민간 주도 규제 철폐”

주요 대선 후보들은 제약·바이오 산업을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으로 꼽고 적극 육성한다는 정책 공약을 발표했다. 특히 바이오 강국으로 가기 위해 신약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다만 정책을 이행하는 방식이나 규제에 대한 접근에서는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30일 각 후보의 공약집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신약 보상 강화, 약가제도 개선 등 바이오 산업 지원책을 담았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바이오 산업을 별도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선도국 규제를 국내에 도입해 신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규제기준국가제’ 구상을 내놨다.
◇李·金 “신약 약가 손보겟다”
이재명·김문수 두 후보는 한 목소리로 혁신 신약에 대한 약가 보상 체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막대한 자금과 시간을 들여 신약을 개발해도 건강보험 등재 문턱이 높고, 다른 국가에 비해 가격이 낮게 책정되는 탓에 국내 출시를 꺼린다고 지적했다. 국내에 낮은 가격으로 먼저 출시하면, 해외에서 가격을 매길 때 손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 동아에스티의 항생제 ‘시벡스트로’ 등 국산 신약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다. 여러 제약사가 신약 개발보다 비교적 쉬운 제네릭(복제약)·개량신약 개발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러한 약가 정책은 환자들이 신약 혜택을 보기 어렵게 한다.
이 후보는 R&D에 많이 투자하는 기업에 보상을 주는 ‘신약 R&D 투자 비율 연동형 약가보상체계’ 도입과 함께, 혁신 기업에 대한 R&D 세액공제 확대도 약속했다. 김 후보 역시 R&D 혁신신약에 대한 약가 보상체계를 손보고, 혁신신약의 가치 반영 약가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소아·노인 필수의약품은 보상을 강화하고, 중증·희소질환 약제는 별도 기금을 마련하는 질환별 약가제도 담았다.
두 후보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활성화에서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 후보는 의료 인공지능(AI) 전문인력을 키워 전주기 투자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했고, 김 후보는 기업 R&D 지원과 보험 적용 확대 등을 통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을 약속했다.

◇산업 육성 주체 두고 입장 차
그러나 ‘어떻게’ 산업을 육성할지에 대해서는 두 후보의 입장이 엇갈렸다. 이 후보는 정부가 주도해 R&D 투자시스템을 구축하고 대규모펀드를 조성하겠다고 한 반면, 김 후보는 민간 주도 성장 기조를 강조하며 규제 철폐와 규제 샌드박스(혁신기술에 대해 한시적으로 규제를 풀어주는 제도) 등을 강조했다.
바이오 벤처에 독소조항으로 지적돼 온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법차손)’ 규제에 대해서도 차이를 보였다. 바이오 기업은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R&D 비용을 많이 지출하는 특성상 다른 산업군에 비해 법차손이 크게 잡혀, 상장 폐지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들은 R&D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해 달라고 요구해왔다.
원인은 기술특례상장제도이다. 바이오 벤처는 자금은 부족해도 기술력을 갖추면 기술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수 있다. 다만 상장 3년 후 사업손실이 자기자본의 절반을 넘거나, 5년 후 매출액이 30억원을 넘지 못할 경우 한국거래소로부터 관리종목 지정을 받고 상장 폐지 기로에 선다.
김 후보는 이러한 업계 상황을 고려해 R&D 중심의 바이오 기업의 코스닥 상장 기준을 완화하는 대신, 거래소 내 ‘연구개발비 적정성 평가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R&D 지출을 법인세 비용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이 후보 캠프도 법차손 요건 완화와 관리종목 지정 유예기간 연장 등을 검토했지만, 최종 공약집에는 관련 내용이 빠졌다. 투자자 보호와 부실기업 증가 우려가 작용했을 것이란 평가다. 다만 이 후보 캠프 관계자는 “바이오 기업의 법차손 관련 내용은 여전히 검토 중이며, 당선 시 인수위에서 구체적인 안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국바이오협회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공약 모두 산업 육성안이 담겨 있어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세부적인 내용은 달라도 큰 틀에서 신약개발 기업 지원과 규제 완화 등 방향이 같다는 건 고무적”이라면서 “산업 육성을 주도하는 주체보다, 각기 상황이 다른 업계의 목소리를 얼마나 잘 정책에 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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