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자격증 37%가 장롱에…그들이 현장에 없다면, 누가 대신할 것인가 [매경데스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병원에 가면 간호사 선생님들을 유심히 본다.
지난해 2월 전공의들이 떠난 이후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한 170여 개 의료기관의 PA간호사는 1만7800명이지만, 대한간호협회는 4만명 이상이 PA로 근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잘 나가던 간호법의 스탭이 엉킨 것은 지난 21일 보건복지부가 PA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특정하면서다.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난다면, 그 자리는 누가 대신할 것인가.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PA간호사 시행령’ 놓고 시끌
현장 목소리 듣고 보완해야
![대한간호협회 소속 간호사들이 26일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진료 지원 업무 수행하는 간호사 교육 및 자격 관리 투명화와 법제화 촉구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5/30/mk/20250530112712528asgu.jpg)
이런 습관이 생긴 건 7년 전 어느 간호사를 인터뷰한 후부터다. 통화를 하기로 했는데, 밤 11시가 넘어서야 전화가 걸려왔다. 자취방으로 오자마자 불도 못켜고 웅크리고 앉아 있다고 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갈라지던 목소리, 그는 자분자분 이야기를 들려줬다.
인터뷰는 둘 다 울고 나서야 끝났다. 그는 “정말 좋은 간호사가 되고 싶었는데, 불법과 탈법 사이에서 매일 외줄타기하는 느낌”이라며 “매일 내가 잘못 오더해서 환자가 죽는 악몽을 꾼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했다.
당시 3년차였던 그에게 PA간호사 업무는 너무 무겁고 두려웠다. 매일 새로운 사고가 터지는데,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젊은 남자가 하얀 가운을 입고 있으니, 보호자들은 의사라고 확신하며 이것저것 물었다. 의사가 아니라고 고백도 해보았지만, 그럼 왜 의사 가운을 입고 있느냐고 욕을 먹었다. 원해서 입은 것도 아니고, 그 옷을 제일 벗고 싶은 사람은 자신이었는데.
그의 보직은 ‘진료지원(PA) 간호사’였다. PA 간호사들은 신체검진, 질병 진단과 처치, 검사처방과 해석, 간단한 시술, 수술 보조 등을 수행한다. 전공의들이 하던 업무 일부를 넘겨 받은 것으로, 의정갈등 국면에서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를 채운 것도 이들이었다.
작년 8월 간호법이 통과되기 전까지 ‘불법’이었지만, 전국 병원들은 30년 가까이 PA 간호사를 두고 있었다.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니고 법적으로 보호해주지도 않으면서, 전문 분야가 아닌 업무를 하라고 시켰다. 일은 고됐지만 유령 인력이었고, 보상도 없는 그림자 노동이었다. 비인기과에 전공의들이 지원하지 않으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병원 자체가 돌아가지 않는 구조적 문제도 있기는 했다.
지난해 2월 전공의들이 떠난 이후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에 참여한 170여 개 의료기관의 PA간호사는 1만7800명이지만, 대한간호협회는 4만명 이상이 PA로 근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행히 19년만에 간호법이 통과되면서 PA간호사는 합법이 됐다. 미국 제도에서 따온 PA간호사 대신 ‘전담 간호사’라는 법적 직군명도 생겼다.
잘 나가던 간호법의 스탭이 엉킨 것은 지난 21일 보건복지부가 PA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특정하면서다. 대한간호협회는 하위법령으로 마련한 ‘진료지원간호사 제도 시행규칙’안이 간호법을 ‘빈 껍데기’로 만들고 있다며 반발했다. 일부 시민단체들도 환자들의 건강권을 위협한다며 동참했다. 이와 별개로 다른 보건의료직군들은 업무 범위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 의료 현장은 아수라장이다
간호협회가 요구하는 것은 두 가지다. 전공의 업무 일부를 대체하는 만큼, 협회 차원에서 충분한 이론 교육과 임상 실습을 관리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과 병원장이 발급하는 ‘이수증’ 대신 공신력 있는 기관의 ‘자격증’을 발급하게 해달라는 것. 지금 복지부 안대로라면, 불법일 때와 다를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어렵게 제도화 기틀을 마련했는데 시작도 전에 좌초되어선 안된다. 시행을 미루는 한이 있더라도 임상 현장 목소리를 두루 듣고 보완해야 한다.
힘들게 딴 간호사 자격을 ‘장롱면허’로 방치한 이들은 여전히 많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3년 말 기준 장롱면허는 18만6000여 명, 전체 면허 간호사의 37%에 달한다.
간호사들이 현장을 떠난다면, 그 자리는 누가 대신할 것인가. ‘대학 정원 늘리기’가 답이 아니라는 것은, 전국민이 볼 만큼 봤다. [과학기술부장]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단독] 사전투표소 용지 대거 반출…투표지 들고 밥 먹으러 가기도 - 매일경제
- 민주당 “이준석, 세금 체납으로 자택 압류…무엇이 바빴나?” - 매일경제
- “특정후보에 도장 찍혀 있었다”…기표된 투표용지 발견, 경기도선관위 “확인중” - 매일경제
- 안철수 “이대로 가면 전가족 전과자·범죄혐의자 대통령 가족 탄생해” - 매일경제
- “저도 당한 거라니까요”…직접 하지도 않았는데 돈 빼간 피싱범, 은행 배상 책임도 강화한다 -
- “중국인들 우리나라서 떠나라”…유학생 쫓아내려는 미국, 비자 취소 공식화 - 매일경제
- [속보] 김문수 “국민의힘 부족, 깊이 반성하고 사과…힘 모아달라” - 매일경제
- [단독] ‘무효화’ 신분증 들고 가도 사전투표 가능…선관위 “본인 확인 가능하면 문제없다” -
- “계란값 갑자기 왜 이래?”…원인도 모르겠는데 5개월 만에 18% 치솟아 - 매일경제
- 주급만 13억 이상? 손흥민 향한 역대급 러브콜... 사우디 ‘억만금 제안’에 토트넘이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