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추락 초계기 ‘블랙박스’ 없고 5년 뒤 도태 예정이었다

신대원 2025. 5. 30.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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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 충돌·기상 급변·난기류 가능성 조사중”
마지막 교신 1분 뒤 포항기지 인근 야산 추락
사망 4명 순직 결정…일계급 추서 진급 추진
록히드마틴 1966년 생산…韓 2010년 전력화
30일 경북 포항시 동해면 해군 해상초계기 P-3CK 추락 현장에 통제선이 설치된 채 보존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경북 포항에서 추락한 해군 해상초계기 P-3CK는 당일 계획된 활주로 접촉 후 재상승하는 두 번째 훈련 중 관제탑과 마지막 교신을 가진 뒤 1분 후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군은 최성혁(중장) 해군참모차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다만 사고 해상초계기에는 민간항공기와 같은 블랙박스가 없어 30일 오전 수거한 음성녹음저장장치 분석 결과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해군 P-3CK 1대는 전날 오후 경북 포항 남구 동해면 신정리 일대에서 추락해 탑승하고 있던 정조종사 故 박진우 소령, 부조종사 故 이태훈 대위, 전술사 故 윤동규 중사, 전술사 故 강신원 중사 등 4명 모두 사망했다.

해군에 따르면 P-3CK는 사고 당시 포항기지에서 조종사 기량 향상을 위한 이착륙훈련인 ‘활주로 접촉후 재상승’(Touch and Go) 훈련 중이었다.

포항기지를 이륙해 선회한 뒤 활주로에 접촉하고 재상승하는 절차를 반복하는 기본훈련으로 해군은 수시로 훈련을 실시해왔다고 한다.

사고기는 제주 해군 항공사령부 615비행대대 소속으로 제주공항에서 다수의 민항기가 운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 포항기지로 전개해 훈련을 실시 중이었다.

추락한 P-3CK는 당일 계획된 총 3차례 훈련 가운데 오후 1시43분 이륙해 1차 훈련을 마친 상태에서 2차 훈련을 위해 오른쪽으로 선회하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오후 1시49분께 포항기지 인근 야산에 추락하고 말았다.

이륙한지 불과 6분 만이었다.

해군포항기지 관제사는 육안과 레이더를 통해 비행과정을 관측하다 사고를 인지하고 2분 뒤인 오후 1시51분께 해군항공사령부 지휘통제실로 보고했다.

이어 항공사와 해병대 1사단 소방차와 구급차 등이 현장으로 출발했고, 오후 2시1분 고속상황전파체계를 이용해 긴급상황보고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이성열(대령) 항공사령관 직무대리는 오후 1시52분, 황선우(중장) 해군작전사령관은 1시57분,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은 2시3분 각각 사고발생 보고를 받았다.

해군 관계자는 “현재까지 확인된 사고기의 훈련 비행경로는 평소와 같았고 당시 포항기지 기상은 양호했다”며 “사고 전 관제탑과 항공기 간 교신은 오후 1시48분이 마지막이었고 비상상황과 관련한 내용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확한 사고원인은 관제탑에 저장된 항적자료와 사고기의 음성녹음저장장치에 녹음된 내용과 기체 잔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확인하겠다”면서 “조류 충돌 가능성과 기상 급변, 난기류를 비롯한 외력에 의한 추락 가능성 등은 조사 중”이라고 덧붙였다.

해군 P-3C 해상초계기 1대가 29일 오후 경북 포항 일대에서 추락했다. 자료사진. [헤럴드DB]

추락한 P-3CK에는 블랙박스가 장착되지 않았다.

해군 항공기의 경우 민간 항공기와 달리 항적을 비롯한 비행정보를 기록하는 비행기록장치와 비행상태와 조종석 음성·교신 등을 기록하는 조종석녹음장치로 구성된 블랙박스를 반드시 달아야 할 법·제도적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해군은 항공기 사고에 대비해 P-3CK를 비롯한 군용기에 인증절차를 밟아 비행기록장치 등을 순차적으로 장착하고 있는 중인데 공교롭게도 추락한 해상초계기는 아직 장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추락한 P-3CK는 미국 록히드마틴이 1966년 제작해 미 해군에 납품한 기종으로, 한국에는 2007년 들어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3년 간 성능개량과 개조를 거쳐 2010년 7월 해군에 인도됐다.

5년 뒤인 2030년 도태될 예정이었다.

지난 2021년 2월부터 8월까지 KAI에서 항공기 기체와 기골, 구성품 부식과 균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상태검사와 비파괴 검사를 비롯해 285개 항목에 걸쳐 검사를 받는 등 기체 창정비를 실시하기도 했다.

해군은 사고 항공기 잔해를 현장조사에 이어 해군항공사령부로 이송해 미간 전문인력이 포함된 합동 사고조사를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또 사고 발생 이후 모든 항공기 이상유무를 확인 중이며 특히 P-3 해상초계기에 대해서는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해군은 이날 오전 보통전공사상 심사위원회를 열고 이 박 소령과 이 대위, 윤 중사, 강 중사 등 4명에 대해 순직을 결정하고, 국방부에 일계급 추서 진급을 건의하기로 했다.

해군은 “불의의 사고로 순직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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