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슬플 땐 힙합을 춰"… 28년 만 돌아온 '언플러그드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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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주먹만 한 얼굴 크기에, 웬만큼 몸매에 자신 있는 남자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쫄티를 입고, 양쪽 귀를 네 군데씩 뚫은 현겸은 말 그대로 '순정만화 주인공'.
방과 후 동네책방에 서서 읽던 월간 순정만화 잡지 '밍크'나 원수연의 '풀하우스', 한승원의 '프린세스'는 그 시대의 넷플릭스고 유튜브 쇼츠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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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그 기분 좋은 성공을 나누려 씁니다. '생각을 여는 글귀'에서는 문학 기자의 마음을 울린 글귀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난… 슬플 땐 힙합을 춰."
음악이 없어도 괜찮습니다. 힙합 춤은 기본 동작이 중요해요. 몸에 힘을 다 빼고 너덜너덜하게 해야 됩니다. "엄마 돈 줘!" 느낌을 살려서 손바닥은 위로 폅니다. "어제 줬잖아!" 엄마가 그러면, 손을 그대로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주머니를 뒤지면서 "내놔! 내놔!" 동시에 고개는 막 흔듭니다. "엄마, 미워! 미워!" 탈춤이 되지 않게 조심합니다.
만화가 천계영의 전설적인 데뷔작 '언플러그드 보이'(1997)의 남주인공 강현겸은 "아무도 내가 슬프다는 걸 눈치챌 수 없도록…" 이렇게 춤을 춥니다. 주먹만 한 얼굴 크기에, 웬만큼 몸매에 자신 있는 남자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쫄티를 입고, 양쪽 귀를 네 군데씩 뚫은 현겸은 말 그대로 '순정만화 주인공'. 다소 오글거리는 세기말 감성으로 오늘날까지 '스테디 밈'으로 회자되는 희대의 명대사도 탄생시켰죠.
28년 전 '언플러그드 보이'가 최근 복간됐다는 반가운 소식입니다. 종이만화가 전성기를 누리던 당시 청소년기를 보낸 여성이라면 학교 쉬는 시간에 '언플러그드 보이'를 돌려보던 기억이 있을 겁니다. 방과 후 동네책방에 서서 읽던 월간 순정만화 잡지 '밍크'나 원수연의 '풀하우스', 한승원의 '프린세스'는 그 시대의 넷플릭스고 유튜브 쇼츠였거든요.
힙합을 좋아하고 과감한 패션을 구사하는 현겸은 여전히 자유로운 소년이고요. 현겸에 어울리는 멋진 사람이 되지 못해 고민하는 채지율, 고독한 불량아 이락과 그를 짝사랑하는 반장 반고호, 이뤄지지 않을 사랑에 괴로워하는 여명명까지 한결같습니다. 데뷔 30년을 앞둔 천 작가는 웹툰('좋아하면 울리는')으로도 영역을 넓혀왔는데요. 그가 과거 했던 약속을 저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얘들아, 언니가 꽃미남 많이 그려줄게. 너희는 행복하기만 해."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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