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성폭력 피해자 도운'든든', 영진위와 갈등 왜?
2018년 개소한 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사업자 변경 과정서 갈등 드러나
여영모 "전문성·연속성 무시"…영진위 "공개 입찰 방식에 따른 절차"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영화산업 내 성폭력 예방교육과 피해자 지원을 해온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하 '든든')이 파행 위기를 맞았다. '든든'을 설립한 사단법인 여성영화인모임(여영모)은 공동사업자인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위원장 한상준)가 '든든'을 운영하는 주체에서 여영모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의심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든든'은 영진위 지원에 따라 2018년 3월1일 개소된 기구로, 영화산업 내 성폭력 예방교육과 피해자 상담 및 법률지원과 더불어 보다 성평등하고 안전한 영화현장을 만들자는 목표로 만들어졌다. 문화예술계에서 최초로 영화진흥위원회라는 공공기관과 영화계 단체가 힘을 모은 민관 협력 거버넌스의 모범적 사업으로 평가받아왔다.

그러던 중 센터 사업 입찰 방식이 변경되자 여영모는 피해자 지원의 연속성을 무시한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영모는 26일 입장문에서 “2018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와의 업무협약 방식으로 공동 운영해오던 센터 사업이 2023년부터 입찰 방식으로 전환됐고, 올해는 조달청 입찰로까지 변경되며 심각한 혼란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특히 “영진위는 처음 입찰 공고 시 비영리법인의 참여 자격을 제외했다가 여영모의 항의 후에야 뒤늦게 입장을 번복하였다”며 “비영리법인인 여영모를 배제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영모는 “심사 방식도 PPT 발표에서 서면 질의응답으로 변경되었고, 이로 인해 7년간 사업을 운영해온 단체로서의 전문성과 연속성이 무시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피해자 다수가 인계 조치를 거부하고 있으며 “갑작스러운 지원 중단 소식에 심각한 혼란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강의안과 강사진 매뉴얼 등도 “여영모가 공동 저작권을 가진 지적 자산”이라며 무단 활용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여영모는 “이번 결정은 결국 영화계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보호망을 약화시킬 우려가 크다”며 “이러한 일방적 조치는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 빈번하게 이루어진 또 하나의 영진위 민관협력 훼손 사례가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영진위가 민관 협력 정신을 회복하고 협의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영진위 측 “여영모 배제 의도 없어, 운영 주체 변경은 공개입찰 특성에 따른 결과”
영진위 측은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업무 협약에서 공개 입찰로 전환된 것은 예산 집행의 부적정성에 대한 개선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2022년 자체종합감사에서 '용역사업 추진 원칙 및 집행절차 위반'으로 지적받아, '영화발전기금 관리운용규정' 및 '회계계약규정'을 준수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조달청 입찰 전환 및 서면 평가 방식 변경에 대해서도 “2025년 입찰 공고가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은 것은 '조달 사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더욱 공정성을 확보하여 선정 업체의 당위성을 공고하게 하기 위함이지, 특정 단체를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다”라며 “제안요청서의 평가방식 또한 영진위 임의로 정하는 것이 아닌 조달청 기준에 따른 것”이라 전했다.
이어 “첫 공고 시 비영리법인의 참여가 제한된 것은 조달청에서 제한한 것인데, '중소기업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른 것으로, 한국영화성평등센터 운영 용역의 추정 금액을 외부 원가 계산 업체를 통해 산정한 결과 기재부 고시 금액 미만으로 책정되었기 때문”이라며 “영진위가 임의로 설정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강의안 등 자료 인계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업무협약 기간 내 저작권은 여영모 측에 있음을 인정하며, 용역 계약에 따라 개발한 자료만 제출을 요청했다”면서 “결과물을 활용하는 범위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 후 여영모와 협의할 예정이며, 민감한 정보는 피해자 동의를 우선으로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영진위는 “여성영화인모임을 배제하려는 의도는 없었으며, 운영 주체 변경은 공개입찰 특성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며 “성평등한 영화산업 환경 조성과 피해자 지원 공백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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