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상실·혼란… 음식에 담긴 기억의 조각들[북리뷰]

김유진 기자 2025. 5. 30.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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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엔 누룽지나 오차즈케로
후카자와 우시오 지음│김현숙 옮김│ 공명

한국인에게 먹는 것의 중요성은 남다르다. 안부를 묻는 인사말에도 ‘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니 말이다.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재일교포 소설가 후카자와 우시오의 에세이 역시 음식에 관한 이야기다. 책을 통해 작가가 겪은 차별과 정체성 혼란, 그 속에서도 맛본 행복을 함께 전한다.

책의 첫 장은 한국인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김치로 시작한다.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극심하던 시기 김치는 늘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상기시켰다. 어머니는 김치 특유의 냄새를 숨기기 위해 샐러드에 가까운 김치를 개발하는 등 노력을 하면서도 김치 먹기를 그만두지는 않았다. K-콘텐츠가 일상이 된 오늘날에는 일본 슈퍼마켓에서도 쉽게 김치를 찾아볼 수 있다. 즐기는 사람도 너무 많다. 작가로서는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스시는 일본을 상징하는 음식이다. 하지만 한때 저자는 스시를 좋아하지 않았다. 일본인이라면 누구나 스시를 좋아할 거란 고정관념에 넌더리가 났다. 심장병을 앓아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난 언니가 마지막으로 먹었던 음식이 스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픈 기억은 또 다른 ‘식구’(食口)인 자녀들과의 행복한 기억으로 덧씌워졌다. 이제는 한국에 와서도 스시를 찾아 먹고 있다.

이외에도 저자의 추억이 얽힌 많은 음식들을 소개한다. 컵라면에는 아픈 언니를 잃은 가족들의 슬픔이, 술에는 고향을 그리워하면서도 관동대지진 대학살로 인한 트라우마에 작은 목소리로 아리랑을 부르던 외할아버지와의 일화가, 야키니쿠에는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인정받아 기뻤던 기억이 담겨 있다. 저자는 말한다. 먹는다는 것은 살아가는 일이라고. 312쪽, 1만8800원.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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