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라는 착각[북리뷰]

장상민 기자 2025. 5. 30.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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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컬티시: 광신의 언어학'을 통해 오늘날의 사람들이 '자기계발'을 숭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던 저자가 시대를 진단하는 새 책으로 돌아왔다.

사회와 정치를 막론하고 얼핏 보기에 망상증에 빠진 듯 극단적 입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판단이 나름의 대단한 논리를 갖췄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나아가 저자는 자신을 포함해 세상 모든 구성원의 망상을 제한할 수 없다면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수많은 왜곡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자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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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 망상의 시대: 자기기만의 심리학
어맨다 몬텔 지음│김다봄 옮김│아르테

전작 ‘컬티시: 광신의 언어학’을 통해 오늘날의 사람들이 ‘자기계발’을 숭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던 저자가 시대를 진단하는 새 책으로 돌아왔다. 저자가 바라본 현재의 시대정신은 ‘합리적 망상’이다. 사회와 정치를 막론하고 얼핏 보기에 망상증에 빠진 듯 극단적 입장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판단이 나름의 대단한 논리를 갖췄다고 믿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합리적 망상은 어떻게 일어나는가. 저자는 망상의 기저에 책의 원제목에도 사용된 ‘주술적 과잉사고’(magical overthinking)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인류학자로서 많은 문헌 연구 끝에 저자는 주술적 사고가 인류의 오랜 습성이라고 설명한다. 개인의 지식과 인식의 한계가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세상만사를 자신의 방식으로 정리해 이해하려는 욕망인 것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주술적 사고가 각종 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한 정보 과잉 상태에서 극단적으로 분화한다는 점이다. 사람들이 사회적 사건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주술적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정보가 제한적이라면 사실관계의 왜곡에도 경향성이 생길 것이다. 그러나 정보가 넘쳐나 얼마든 구할 수 있고, 심지어 자신의 취향에 맞춰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알고리즘이 정보를 떠먹여 주는 상황이니 다채로운 합리적 망상가들이 창궐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프린스턴대에서 도덕철학을 가르치는 해리 G 프랭크퍼트가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필로소픽)에서 ‘개소리’(bullshit)를 하는 사람들이 거짓말쟁이와 달리 오히려 진실에 조금도 관심이 없다고 비판하게 된 기저에는 이와 같은 구조가 있다.

책은 서문을 제외하고 총 11개 장에 걸쳐 각종 망상, 즉 인지 편향의 양태를 분석해 나간다. 어제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아하던 유명인에 대한 환상이 조금만 깨져도 곧바로 맹비난하는 ‘후광효과’와 극단적 음모론에도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하며 수용하는 ‘비례 편향’ 등을 상세히 보여준다. 저자는 특유의 필력을 십분 발휘해 학문적 서술 사이사이에 자신의 솔직한 경험을 끼워 넣는다. 나를 고통스럽게 만드는 애인을 버릴 수 없었던 어린 시절 연애 등의 기억은 독자에게 충분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아가 저자는 자신을 포함해 세상 모든 구성원의 망상을 제한할 수 없다면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수많은 왜곡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자고 말한다. 진실과 망상 사이 끝없는 고민은 더 나은 세계를 향한 필연이니 불안과 고통이라도 덜어보자는 위로로 다가온다. 356쪽, 2만4000원.

장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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