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600일’의 폭력이 남긴 것 [코즈모폴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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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할라 아부 하시라 주프랑스 팔레스타인 대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기자인 나의 질문에 답하기 앞서, "가자 전쟁"이라는 질문 속 표현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시작된 이 사건은 결코 "국가 간 전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양쪽이 총칼을 겨누는 전쟁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여느 전쟁의 양상과는 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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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리 | 국제뉴스팀 기자
이달 초 할라 아부 하시라 주프랑스 팔레스타인 대사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기자인 나의 질문에 답하기 앞서, “가자 전쟁”이라는 질문 속 표현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대원들이 이스라엘 남부를 기습 공격해 시작된 이 사건은 결코 “국가 간 전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직 국제 사회에서 국가로 완전히 인정받지 못하는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의 ‘식민 지배’로부터 독립을 하기 위한 오랜 투쟁 과정을 설명하려 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도 피식민 통치를 경험한 역사가 있지 않냐”며 “우리 상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자국의 이야기를 하며 자주 울먹였다.
지난해 11월 한국에 온 가자 기자들의 눈빛도 반짝였지만 슬픔이 가득했다. 때로는 공허해 보였다. 이들은 5·18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린 고 위르겐 힌츠페터의 정신을 기리는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을 수상하기 위해 한국에 왔고 한국 언론인들을 만났다. 동료와 이웃, 같은 민족과 국민이 너무 쉽게 죽어 나가는 고향에서 삶의 방향과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전쟁의 민낯을 엿봤다.
양쪽이 총칼을 겨누는 전쟁으로 시작했지만, 최근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여느 전쟁의 양상과는 달라지고 있다. 올해 1월 중순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휴전에 합의했다가, 3월 이스라엘이 공습을 재개했다. 최근 두달간 또다시 수백명이 숨졌다. 28일(현지시각)로 600일째 이스라엘의 공습이 멈추지 않고 있는 가자에서는 모두 5만4084명이 숨졌다. 난민 캠프에서 잠을 자다가 공중에서 떨어진 폭탄에 불타 죽는 청년과 어린이들, 가족의 주검 앞에 울부짖는 어머니들의 마지막 기록들이 매일 새로운 소식처럼 보도되고 있다. 승리와 패배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다.
너무나도 많은 죽음이 이어지면서,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반전 목소리가 쏟아진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전 총리는 이스라엘 진보 매체 하아레츠에 기고해 최근 가자지구의 식량 배급을 봉쇄하고 점령 작전을 진행하고 있는 이스라엘 정부를 두고 “목적도, 목표도, 계획도, 성공 가능성도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사적인 정치적 전쟁이 되어버렸다”고 비난했다.
폭력과 분노가 쌓인 땅에 또 다른 전쟁의 씨앗이 싹튼다. 가자 주민들을 완전하게 통제하고 정복하겠다는 네타냐후 총리가 쓰고자 하는 역사가 이와 다르지 않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평화 협정인 ‘오슬로 협정’ 체결 직후 1995년 이를 주도한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가 유대인 극우단체에 의해 암살되며 다시 네타냐후 총리 등 극우파에 권력이 넘어간 30년 전 상황과도 겹친다. 팔레스타인을 통제하고 자극할수록 자살 폭탄 테러와 같은 더 큰 화가 뒤따르고 이에 비례해 이스라엘 극우 세력도 팽창해가는 치킨 게임이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바라는 미래에 팔레스타인과의 공존과 평화가 없는 것은 분명해지고 있다. 600일의 폭력이 남긴 것은 이스라엘의 승리일까? 하마스를 뿌리 뽑겠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판단이 더 큰 폭력을 낳을 오판일 가능성이 짙어지고 있다.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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