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맨', 음악보다 깊게 남는 김새론의 마지막 웃음 [씨네뷰]

김진석 기자 2025. 5. 3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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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음악 영화지만 음악이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다. 김새론의 마지막 웃음만 남는 영화 '기타맨'이다.

기타 하나로 삶을 영위해 나가는 말 그대로 '기타맨'이 있다. '기타맨'은 여관에서 깨어나고, 라이브 카페 구석 방에서 생활을 이어가는 가난한 인물이다. 매일 길에서 소주 병나발을 불며 거리를 쏘다니고, 부족한 자존감으로 인해 다가오는 사람들도 밀어낸다.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질 비루한 운명 속에서 그의 (설정상) 천재 같은 기타 실력을 보고 재벌 2세 장수연(김지은)과 밴드 볼케이노의 키보디스트 신유진(김새론)이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 이기철(이선정)은 이 인연들과 음악을 통해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까.

30일 개봉하는 '기타맨'은 고된 현실 속에서도 음악과 인연을 통해 희망을 찾으려는 천재 기타리스트 이기철의 상실과 사랑, 여정을 그린 음악 영화다. 작품은 최근 세상을 떠난 김새론의 유작으로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다.

극 중 이기철은 이선정 감독이 자신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임에도 연기가 어색하다. 연기에 무게감은 없고 시종일관 자신의 멋에 취한듯한 표정만 짓는다. 부족한 연기를 담아내는 연출도 1990년대 뮤직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올드하다. 술 취한 이와 시비가 붙거나, 못에 넘어져 상처를 입는 등 극적인 사건들이 그를 중심으로 작위적으로 이어진다. 사채업자를 만나 그의 기타가 부서지는 장면조차 설득력이 부족하다.

천재 기타리스트라는 설정과 다르게 이기철의 연주는 많이 투박하다. 핸드싱크도 맞지 않고, 자작곡을 자신 있게 선보이는 과정에도 음정이 정확하지 않아 혼란스럽다. 그의 가창력과 연주 실력이 관객들의 몰입을 방해해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트린다.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만든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음악이 가장 큰 진입장벽이 된다.

이기철의 서사도 혼란스럽지만 더 이해하기 어려운 건 주변 여성 캐릭터들의 감정선이다. 이는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이기철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장수연은 그의 연주에 감동했다며 빚을 갚아주고 수천만 원짜리 기타를 선물하려 하며, 룸술집 장면에선 유혹하는 듯한 묘사와 허벅지 클로즈업까지 등장한다. 신유진은 반지를 건네며 "나이 많은 남자 좋아하면 어때서요?"라고 고백한다. 하지만 이선정의 연기력과 두 사람의 25세의 나이 차이, 부녀처럼 보이는 비주얼은 몰입을 어렵게 만든다.

영화라고 하기에 민망할 정도의 완성도를 선보인 '기타맨'이지만, 김새론의 마지막 연기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선 유의미하다. 그만큼 김새론의 존재감이 눈에 띈다. 영화 속 그의 싱그러운 미소가 안타까움을 더한다. 그의 대사 일부 중 "인생 사는 게 쉽지 않다. 가끔은 나도 다 내려놓고 싶은데 그게 쉽지가 않다", "물망초의 꽃말이 뭔지 아세요? '나를 잊지 말아요'예요"라는 말은 현실 속 그의 부재와 겹치며 관객들에게 깊은 먹먹함을 남긴다.

[티브이데일리 김진석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기타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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