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신발이 ‘당뇨발’ 막고 인공장기가 전기 만든다 [건강한겨레]
스위스 ‘첨단공학’ 한자리에서 선보여
“한-스위스 R&D 협력 힘 모아야” 강조

기술공학과 인공지능(AI) 등 첨단 과학이 의학과 만난 혁신 기술은 인류의 노화와 신체·인지 장애를 극복하도록 돕고 있다. 특히 국제적으로 바이오엔지니어링 분야의 최전선에 있는 스위스 과학계의 연구자들이 최근 한국을 방문해 각종 첨단 기술을 한자리에서 선보였다.
주한 스위스대사관은 ‘2025 한-스위스 혁신주간’을 맞아 지난 20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서울 호텔에서 ‘제12회 한-스위스 라이프사이언스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엔 스위스 로잔연방공대(EPFL)와 취리히대학 등의 연구진이 노화와 장애 극복을 위해 개발 중인 각종 첨단 과학기술을 소개했다. 또한 양국의 협력 연구 현황도 공유하며 바이오엔지니어링 혁신을 위해 국제적으로 기술 선도국의 위치에 있는 한국과 스위스 양국의 긴밀한 연구·개발(R&D) 협력을 이어가고 학계와 정부, 산업계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자크 뒤크레 스위스 교육연구혁신청(SERI) 국장은 “스위스는 생명과학 분야의 리더 국가이며 한국은 빅데이터 AI 분야에서 성장 중인 나라”라면서 “이번 심포지엄이 두 나라의 장기적인 혁신을 위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국내 공공기관을 대표해 참석한 김현철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개발혁신본부장은 “뇌-신경 인터페이스(BCI)부터 AI까지 미래 헬스케어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헬스케어의 해답을 찾기 위해 한국과 스위스가 힘을 모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스위스 과학계는 당뇨발(족부 궤양)을 예방하는 스마트 신발과 생체발전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혈류 등 유체 흐름을 조절할 수 있는 인공근육(소프트 액추에이터) 기술 등을 선보였다.
이브 페리아르 로잔연방공대 교수는 50개 이상의 압력 센서를 탑재한 신발 밑창을 3D 프린터로 출력하고 센서가 감지한 발 부위의 압력을 분산 제어하는 AI 알고리즘 기술 등을 적용한 당뇨 합병증 환자를 위한 스마트 신발 개발 현황을 공유했다. 당뇨 합병증으로 혈액 순환이 잘 안 돼 상처가 잘 낫지 않고 발 부위의 일부가 괴사하는 당뇨발을 예방하는 기존의 깁스 형태의 의료기기보다 더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페리아르 교수는 “당뇨 환자는 말초신경 손상으로 발에 생긴 상처나 궤양을 잘 느끼지 못하는데다 걸으며 특정 발 부위에 지속적으로 가해지는 압력이 높아질수록 궤양을 유발할 가능성도 크다”며 “압력 부위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AI 알고리즘이 자기장에 따라 점성이 변하는 밑창 속 유체의 흐름을 조절해 압력을 분산하도록 조절한다”고 부연했다.
마이클 메이어 스위스 프리부르대학 아돌프 메르클레 연구소 교수는 몸속에 이식하는 인공장기가 별도의 전력 장치 없이도 생체 발전을 통해 작동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다. 그는 생물체 중 전류 생성 능력을 가진 전기가오리와 전기뱀장어의 세포 배열 구조를 본뜬 ‘하이드로겔 막 장치’를 고안해 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를 전기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인체가 호흡하며 부산물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100V 전압의 전력을 생산한 것이다. 궁극적으론 세포가 단백질을 대사하며 만들어내는 에너지 운반 물질인 아데노신 3인산(ATP)을 활용해 충분한 전력을 생산하는 하이드로겔 소재의 생체모방 인공막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요안 시베트 로잔연방공대 인공근육센터 박사는 인공근육을 활용해 대동맥의 혈류를 조절하는 인공 심혈관 기술을 소개했다. 시베트 박사는 “전기신호를 이용해 공기압을 제어하고 이를 통해 대동맥의 흐름을 조절하는 방식”이라며 “이러한 인공근육 기술을 활용해 인공 심혈관 외에도 소변을 배출하는 근육(요도조임근) 조절이 가능한 인공 생체방광이나 얼굴 피부와 근육을 재건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에선 이주호 분당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줄기세포 치료 및 세포면역암 치료 등으로 활용하는 재생의학의 국내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신동준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팀도 하반신 장애인이 탈 수 있는 근육전기자극(FES) 재활로봇자전거를 개발해 국제사이보그올림픽인 ‘사이배슬론 2024’에서 우승한 경험 등을 공유했다.
스위스의 글로벌 제약사인 로슈는 환자 특유의 면역 체계를 공략하는 암 백신 개발 비전을, 노바티스는 바이오 산업계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 협력을 통한 건강한 생태계 조성의 중요성을 각각 발표했다.
최지현 기자 jhcho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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