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대통령직은 돈벌이 수단...`국익 보다 사익`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중동을 순방했다.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아랍에미리트(UAE) 3개국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총 2조 달러(약 2765조원) 규모의 경제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카타르 왕실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4억 달러(약 5530억원)에 달하는 보잉 747-8 항공기까지 선물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순방에서 동맹국 이스라엘은 찾지 않았다. 자신과 밀월 관계로 알려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지 않은 것이다. 이는 단순한 일정상의 누락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우선 순위가 바뀌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중동 외교는 한마디로 '거래'였다. 과거 미국 외교가 '가치와 원칙'이라는 이상을 내세웠다면, 지금은 수익, 그리고 투자와 사업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트럼프 일가의 비즈니스 확대는 대통령직이 국익을 위한 공적 책무가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발판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이번 순방의 가장 큰 수혜자는 트럼프 일가의 개인 사업체인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에릭 트럼프가 이끄는 이 회사는 현재 중동 각국에서 골프장, 고급 리조트, 호텔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두바이에는 10억 달러(약 1조3757억원) 규모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이 건설 중이고, 사우디 제다에는 트럼프 타워가 들어선다. 카타르 도하 북쪽에는 트럼프 브랜드 리조트가 건설된다고 한다. 오만에서는 이미 트럼프 오가니제이션이 지은 고급 빌라 한 채가 1300만 달러(약 180억원)에 팔리고 있다.
에릭 트럼프는 "아버지와는 아무 관련 없다"고 말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방문하고 계약을 체결한 국가에서 그의 자식들이 초대형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진행한다는 현실은 '이해 상충'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다. 베트남 정부도 트럼프 일가의 2조원대 개발 사업을 승인했다. 지난 17일 쩐홍하 베트남 부총리는 트럼프 오거니제이션과 베트남 부동산 개발사 '킨박시티(KBC)'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을 승인했다. 북부 하노이 인근에 18홀 골프장 3개와 대형 오피스텔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투자액은 15억 달러(약 2조618억원)에 달한다.
이번 승인 결정은 미국이 베트남산 제품에 최대 4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상황에서 나왔다. 해당 컨소시엄은 남부 호찌민 인근에도 추가 사업지를 물색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를 두고 "정치와 상업이 분리되지 않은, 전례 없는 상황"이라 지적했다. 국익과 사익이 구분되지 않는 이 모순된 장면은 트럼프 외교의 숨은 본질을 들여다보게 한다.
최근 트럼프 가족 미디어 기업인 TMTG(트럼프 미디어 앤드 테크놀로지 그룹)가 30억 달러(약 4조1478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를 추진한다는 소식은 이러한 사익 추구 행보에 정점을 찍는다. 이 정도 규모의 자금 유치는 대통령직이라는 지렛대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TMTG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의 모회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 암호화폐 정책도 산업 육성 차원을 넘어, 트럼프 일가의 배를 불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두 아들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는 암호화폐 플랫폼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LF)'을 출범시켜 본격적인 사업을 벌이고 있다. WLFI가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USD1'은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 지난주 상장됐다.
게다가 트럼프 일가의 암호화폐 사업은 점점 더 정치적 자산화가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23일(현지시간) '트럼프 코인($TRUMP)'의 주요 보유자 220명을 초청해 비공개 만찬 행사를 열었다. 이는 암호화폐를 통한 정치 자금 조달의 새로운 모델을 보여준다.
'$TRUMP'는 트럼프 일가가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3일 전에 출시한 밈 코인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만찬 참석자의 평균 '$TRUMP' 보유 액수는 1인당 178만 달러(약 24억6100만원)다. 이를 바탕으로 추산해 보면 트럼프 일가는 '$TRUMP'로 1억4800만 달러(약 2046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트럼프 일가는 이미 암호화폐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가족 기업이 얽혀있는 사업은 새로운 형태의 권력 남용이다. '이해 상충'이라는 표현조차 부족할 만큼 부적절한 공직 활용이다. 대통령직이 사실상 '사업 보증서'로 기능하고 있는 이 현실은 공공성과 민주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미국이 그동안 쌓아온 외교적 신뢰와 도덕적 권위는 깊은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이 지켜온 원칙과 가치를 흔드는 적(敵)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었다. 노골적으로 대통령직을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킨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민주주의를 가장 값싸게 거래하고 있는 '장사꾼'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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