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주의 저항한 아프리카 현대문학 거장

아프리카 현대문학 거장이자 탈식민주의 문학 선두 주자인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87)가 28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별세했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전했다.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고인은 신장병을 오래 앓은 것으로 알려졌다.
1938년 영국 식민 치하 케냐에서 태어나 자랐다. 케냐는 1895년부터 1963년까지 영국 식민지였다. 그가 쓴 작품 대부분이 식민주의 역사와 관련이 깊은 이유다. 우간다 마케레레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이후 영국 리즈대에 입학했다. 재학 중 첫 영문 소설 ‘울지 마, 아이야’(1964)를 발표했고 ‘샛강(1965)’, ‘한 톨의 밀알’(1967) 등을 잇달아 펴내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소설 ‘피의 꽃잎들’(1977) 이후 그는 ‘제임스 응구기’라는 영어 이름을 버리고, 집필 활동도 케냐 토착어인 ‘기쿠유어’로 이어갔다. 이는 식민주의에 대한 저항이었다. 1982년 영국으로 건너갔고, 1989년 미국에 정착해 UC어바인 영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2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후보에 올랐고, 2009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였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됐다. 다독가인 버락 오바마 미 전 대통령은 응구기의 작품에 대해 “역사의 변혁이 개인의 삶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강렬한 이야기”라고 했다.
한국과 인연도 각별했다. 응구기는 1977년 희곡 ‘결혼하고 싶을 때 결혼할 거야’에서 케냐 지배층의 탐욕과 부패를 풍자했다가 수감됐다. 이때 옥중에서 휴지에 소설을 썼다. 응구기의 대표작이자 기쿠유어로 쓴 최초의 현대소설 ‘십자가 위의 악마’(1980) 탄생 배경이다. 2016년 토지문화재단이 주관하는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방한한 그는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십자가…’는 “시인 김지하의 시 ‘오적(五賊)’에 영감 받아 쓴 것”이라며 “독방에서 김지하가 정신적 친구가 돼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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