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어떤 미담

이수영 2025. 5. 30.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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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모심는 날인데, 집에서 일 좀 하랍니다.” “그래. 열심히 거들고 모래 나오너라.” 1970년대 영농철 초·중 학생과 선생님이 교실에서 나누던 흔한 대화다. 지금은 집안에 일이 있다고 결석하는 경우가 없지만, 그땐 학생도 농사일을 당연시했다. 담임교사는 하루이틀쯤은 결석 처리를 하지 않았다. 공부할 시간에 농사를 돕는 게 마땅한가 하는 의문이 들 테지만, 고양이 손도 빌려야 할 정도로 바쁜 영농철에 당연한 일상이었다. 어찌 보면, 농사를 도우며 일머리를 익히고 각자의 역할을 깨우치는 것도 공부의 하나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집안 어른들의 눈에는 어린 자식이 논밭일 하는 모습이 마냥 대견스럽고 흐뭇했을 것이다.

학생들의 농사일은 옛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는데, 얼마 전 흥미로운 소식이 들려왔다. 삼척 도계고 3학년 김현슬·김정민·김제빈·장태경 학생은, 이달 초 함께 등산을 하고 돌아오던 중 우연히 밭에서 두릅나무를 심던 노인을 발견했다. 학생들은 비를 맞으며 홀로 일을 하는 어르신을 외면할 수 없었다. 서툰 솜씨로 2000 그루를 식재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구슬땀을 흘리며 친구들과 힘을 모은 덕분에 짧은 시간에 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노인은 “비가 와 그냥 돌아가라고 했는데 끝까지 도와줘 큰 힘이 됐다”면서 “요즘 보기 드문 따뜻한 학생들을 만났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학생들의 봉사 소식이 알려지자 삼척교육지원청은 학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표창장을 수여했다. 장태경 학생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별일 아닌데 상을 받게 돼 얼떨떨하다”고 했다. 갈수록 삭막해지는 세태 속에서, 어르신의 농사일을 도울 생각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기특한 일이다. 학생들의 선행은 입소문을 타고 학교 담장을 넘어 마을로 퍼졌다고 한다.

대통령 선거를 치르며 홍수처럼 쏟아지는 험하고 메마른 신문 기사들 옆에, 마음을 훈훈하게 하는 소식이 지키고 있어서 다행이다.

이수영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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