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특집 인터뷰] 조갑제 “이재명 15%p 격차로 승리 전망…국힘, ‘보수 재생’ 위해 몸부림쳐야”

박나영 기자 2025. 5. 29.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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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국힘은 ‘부정선거 음모론’ 믿는 당…사실상 대선 포기하고 당권 다툼하는 모습”
“국힘, ‘경상도 자민련-수도권당’으로 쪼개질 수도…한동훈·이준석이 보수의 뉴 리더”
“李, 한미동맹 어떻게 관리할지 우려…‘文의 탈원전 시즌2’ 같은 에너지 정책도 걱정”

(시사저널=박나영 기자)

"비상계엄령으로 가는 과정은 우연이 아닌 필연적 코스 같았다."

한국의 대표 '보수 원로'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3년 만에 끝이 난 윤석열 정권을 이같이 표현했다. 주술과 음모론, 과음에 따른 정신적 문제의 결합이 만들어낸 계엄령이 한국 민주주의에 위기를 가져왔고, 그 책임은 오롯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를 방조한 국민의힘에 있다는 평가다. 시사저널은 5월26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 대표의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한국 정치가 처한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조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보수를 분열시키면서 국민의힘이 '가짜 보수'의 추종을 받는 '패거리 정당'으로 전락했기에 대선 후 '보수 재생'을 위한 몸부림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 정치인 한동훈, 이준석이 보수의 뉴 리더로서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조 대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얼룩진 우리 정치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한국 민주주의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민주주의는 해봐야 한다'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연설을 언급하며 "실수해도 고쳐나가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라는 것을 대한민국이 증명해 나가고 있다"고 했다.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가 6·3대선을 일주일 여 앞둔 5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임준선 기자

TV토론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제가 1987년 11월 대통령 선거부터 총 9번의 대선을 취재했는데, 그 중 8번은 선거운동 기간 1위였던 후보가 당선됐다. (대선은) 국회의원 선거와 달리 가변성이 적다. 막판에 1, 2위가 좁혀지는 건 (선거 때) 공통된 현상일 뿐 여론조사를 보면 구조가 안 바뀌고 있다. 진보는 결속력이 85% 정도 되는데, 보수는 분열돼서 30~40%가 이탈했다. 중도에서 60%, 지역별로 대구·경북, 울산·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연령별로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구조가 바뀌지 않고 있다. 현재 시점(5월26일) 1, 2위 득표율 격차 15% 예상한다."

보수는 어떻게 분열돼 있나.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사람과 안 믿는 사람으로 분열됐다. 계엄에 반대하고 부정선거 음모를 안 믿는 보수가 진짜 보수인데, 진짜 보수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찍지 않는 쪽으로 이탈한 것이 국민의힘이 고전하는 큰 이유다. 지지층 상당 부분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로 옮겨갔다. 이 후보는 스스로를 중도로 표방하지 않는다. 항상 보수다. 이 후보를 지지하는 층이 합리적 보수이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도 비슷한 노선이다. 탄핵에 찬성하고 음모론에 반대하니까."

보수가 분열한 원인은 뭔가. 

"윤석열 정권은 지난 3년 동안 보수를 분열시키다가 망했다. 비상계엄령으로 가는 과정은 우연이 아닌 필연적 코스 같았다. 0.73%p, 25만여 표 차이로 아슬아슬하게 당선됐으면 그 지지층을 잘 관리해야할 것 아닌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를 유죄추정의 원칙으로 몰아냈을 때 비극이 시작됐다. 자폭이었다. 당시 대통령 지지율이 20% 초반까지 떨어졌고 그 지지율이 지난 총선 때까지 이어졌다."  

'이준석 퇴출'이 윤석열 정권이 무너진 계기였을까.

"청와대에서 나온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이후 이준석 몰아내기, 의사들을 적대시한 것도 (정권이 무너지는 데) 크게 작용했다. 당선된 후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대 혼란, 그리고 출퇴근하는 대통령이 돼버린 것이 현재의 비극을 불렀다. 이후 이준석 몰아내기로 젊은 지지층을 이탈하게 만들고 결정적으로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근거 없는 정책으로 보수의 중요한 자원이었던 의사들을 격분하게 해 국민의힘에 등 돌리게 만들었다. 총선 패배의 결정적 원인이었는데도 수정하지 않고 계속 밀어붙였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진짜 목적은 무엇이라고 보나.

"최고급 정보를 얻어야 하는 대통령 자리에서 가장 저질 정보를 취하고 망상에 사로잡혀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 주술, 부정선거 음모론, 과음으로 인한 정신적 문제까지 결합돼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부인과의 독특한 관계도 작용했다. 김건희 씨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지 않나. 국정조사든 특검이든 (비상계엄의 진짜 목적을) 밝혀야 한다. 언론도 대한민국에 불을 지른 원인이 무엇인지 파헤쳐야 한다. 국민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보수 정권에서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이 있었다.

"탄핵의 1차 책임은 무조건 대통령에게 있다. 정치의 실패다. 다만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집권당이 분열해서 자당 대통령을 탄핵시킨 것이다. 그렇게 하도록 방치한 박 전 대통령의 정치력 부재, 새누리당의 비겁함, 언론의 선동 보도, 좌파 진영의 조직력 등이 합쳐져 탄핵된 것이기에 동정의 여지가 있다. 이번 탄핵은 윤석열 개인과 국민의힘 책임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불법 계엄과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이는 보수가 아닌 윤석열 팬클럽이다. 보수는 법치, 사실, 과학, 자유라는 가치를 따르는데, 윤석열 정부는 이를 모조리 부정하는 정책을 폈다. 그렇다면 보수 지식인과 보수 언론이 들고 일어나야 하는데 한국의 보수 언론이 한 번이라도 제대로 지적한 적 이 있나. 역시 책임이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김문수 국민의힘,이준석 개혁신당 대통령후보ⓒ시사저널 박은숙

"이준석에 단일화 압박은 스토킹…대패 시 책임 전가 위한 알리바이"

국민의힘의 최근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나.

"국민의힘이 '웰빙 정당'이라고 불린 지 20년이 넘었다. 그만큼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즘은 경상도 토호당으로 불린다. 컬트(광신적 종교집단)그룹이고, '붕당(朋黨)', 패거리 정치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이 모인 정당 아닌가. 김문수 후보가 후보 수락 연설에서 사전선거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해놓고는, 최근엔 사전투표를 해달라고 한다. 말을 바꾸려면 '그동안 여러분을 속였다'며 석고대죄부터 해야한다."

보수정당이 제 역할을 못한 이유는.

"안보를 포기한 보수정당이어서다. 한미동맹에 의존하다보니 한국의 보수 세력은 안보를 '내 문제'라기 보단 미국이 알아서 해줄 거란 생각으로 살아왔다. 이스라엘처럼 해도 모자를 판에…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버튼을 눌러버리면 막을 방법이 없는데도 내 문제가 아니라고 여긴 순간, 보수의 영혼을 팔아버린 것이다. 안보가 사라진 보수정치의 한복판에 이권(당권) 투쟁이 들어온 거다. 국민의힘은 사실상 대선을 포기했다고 본다. '윤석열 계엄 음모론'을 심판하는 선거에서 계엄의 불법성, 부정선거 음모론을 비판하지 않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만 공격하는 것은 대선이 아닌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김문수-이준석 후보 간 단일화는 성사가 어려워 보이는데. 

"선거운동 기간 중 단일화는 다 사기다. 선거법으로 막아야 한다. 같이 뛰고 있는데 2등이 3등에게 '나를 밀고 넌 빠져라' 한다면 둘 다 실격 처리돼야 하지 않나. 더군다나 김문수 후보로 단일화될 경우 플러스 효과가 거의 없다. 이준석 후보의 지지자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가장 싫어하는 진짜 보수다. 이재명보다 김문수를 더 싫어하는 사람들일 수 있다. (이 후보의 거절에도 단일화 압박은) 스토킹이다. 스토킹을 하는 이유에는 크게 졌을 때 책임을 이 후보에게 전가하기 위한 것도 있다."

합리적 보수주자들에 대한 기대가 커 보인다.

"한동훈, 이준석 두 사람이 한국 보수의 뉴 리더가 될 것이다. 국민의힘이 선거 대패와 함께 완전히 퇴장할 것이냐, 경상도 토호당으로 계속 갈 것이냐, 차라리 경상도 자민련으로 떼어주고 수도권 의원들이 따로 당을 만들 수도 있고… 다양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보수 재생을 위한 노력이고 몸부림이다. 꼭 필요한 과정이다. 그때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은 한동훈, 이준석 두 사람으로 이미 결정됐다."

평소 정치인 이준석을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이준석은 정치 천재다. 이런 정치인은 지금까지 없었다. 말의 정확성이 있고 유머감각까지 갖췄다. 머리가 좋은 동시에 여유가 있다는 의미다.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정치를 한다. '싸가지'라고 욕 먹는 것도 일종의 재미다. 나이에 비해 세계를 보는 안목, 과학기술에 대한 디테일한 지식, 이를 쉽게 전달하는 말솜씨가 있다. 세대포위론이나 여가부 폐지를 내세워 한국 남자들이 가진 극단적인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표로 바꿀 수 있는 사람, 이건 천재다."

조갑제TV 조갑제대표가 6·3대선을 일주일 여 앞둔 5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임준선 기자

"실수를 고치는 게 민주주의의 본질…대한민국이 증명"

현재 이재명 후보를 향한 지지율은 무엇을 의미하나. 

"이재명 후보를 1위로 만든 사람, 50%는 윤 전 대통령이다. 이재명 후보의 좋은 선거운동원이었다. 30%는 윤 전 대통령의 실패를 견제하지 않고 오히려 조장한 국민의힘, 나머지 20%는 보수 지식인과 언론이다."

최근 이재명 후보를 만난 후 '명랑하다'고 평가했는데. 

"천성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법정에 나가 괴로운 자리에 몇 시간씩 있는데, 보통 사람은 못 견딘다. 권력의지도 있겠지만, 그런 면에서 천성이 낙천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재명 정권'을 상상했을 때 우려되는 점은.

"안보 문제, 한미동맹을 어떻게 관리할지 우려된다. 또 토론 과정에서 드러난 좌파적, 이념적 에너지 정책도 걱정이다. 한국 주력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가겠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세계적 대세와도 맞지 않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탈원전 시즌2'를 보는 것 같아 실망했다. 수도 이전 문제도 있는데 다행히 이 후보는 일단 용산에서 시작하고, 청와대를 개조한 다음 청와대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이후 세종시로의 수도 이전을 추진할 경우 헌법 개정 문제와 수도권 주민들의 반발이 클 수 있다."

대통령제의 문제점은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개헌 논의는 정치권에서 해선 안 되고, 전 국민이 참여해야 한다. 국민토론회 방식으로 전국적으로 논의를 시작하면 방향이 잡힐 것이다. 지금처럼 톱다운 방식으로 하면 정치인들끼리 야합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은.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대견스럽다. 1948년 8월15일 이승만 전 대통령이 정부수립 기념연설을 하면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믿고 해봐야 한다'고 했다. 그전까지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경험해본 사람이 있었겠나. 실수도 있겠지만 그 실수를 고칠 수 있다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우리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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